사고로 부모 잃고 할아버지 댁으로
"삼촌과 숙모가 일찍 와줘서 이번 추석은 외롭지 않아요!"
6년전 교통사고로 아빠와 엄마를 잃고 경기도 안산에서 영주 장수면 호문리에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옮겨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민지(14)와 수진(11)이는 일찌감치 귀향한 삼촌과 숙모 덕에 얼굴이 환해졌다.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삼촌 장성식(46·동구 일산동) 씨와 숙모 서정주(46) 씨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품에서 외롭게 자라는 두 조카의 부모 노릇과 자식 노릇을 잠시나마 하기 위해 서둘러 귀향했기 때문이다.
마당 한켠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오랜만에 함빡 웃음꽃을 피우며, 집 수리와 방 청소, 밀린 빨래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조카들이 늘 눈에 아른거렸지만 자주 찾아 오지못한 것이 죄스럽고 미안한 맘에 귀향길을 제촉했다."는 숙모. "아직 아빠·엄마 품에서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조부모 품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자라는 조카들이 대견스럽다."며 그래도 못내 아쉬운 듯 말을 잇지못했다.
할아버지 장영소(77) 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잘 놀던 애들도 외로움을 탄다."며 "이번 추석에는 삼촌·숙모가 일찍와서 애들과 놀아주는 바람에 걱정을 덜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났던지 초롱초롱하던 민지·수진이의 눈망울엔 눈물이 맺혔다.
"오랜 만에 집안이 훤해졌어. 민지와 수진이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이젠 다 컸어."라고 할머니 이용순(70) 씨가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를 쓰지만 두 자매의 울움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우리 손녀들은 공부도 잘 하고, 말도 잘 들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자랑스런 존재"라는 등 삼촌과 숙모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자 금새 얼굴이 상기된 민지와 수진이는 "명절때만 되면 엄마·아빠 생각으로 눈물이 나지만 이젠 외롭지 않다."고 살포시 웃었다.
"칠순 나이에 손길이 많이 가는 아이들의 부모노릇을 한 탓인지 어느듯 기력이 떨어져 매일하는 청소마저 힘이든다."는 할머니는 며느리를 향해 "애들 공부도 잘 시키고 살림과 남편·시부모 봉양도 잘 한다."는 등 덕담을 늘어놓으며, "늘 외롭울 조카들을 잘 돌봐 달라."고 특별히 부탁도 해본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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