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 출범 100일…의정활동 주력 돋보여

입력 2006-10-05 10: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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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대 경북도의회(의장 이상천)가 8일로 출범 100일이 된다.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과거의 지방의회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8대 도의회 출범과 동시에 공부하는 의회상 정립과 민심 현장을 찾아가는 의회 만들기에 심혈을 쏟았고, 적잖은 성과도 냈다는 의회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과거 여느 도의회와는 달리 비회기 중 의정활동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발빠른 대응책은 도민들에게 '달라진 도의회'라는 인식을 갖게 한 계기도 됐다.

한편으론 여전히 55명의 도의원 중 50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일당 독주 우려가 제기됐고, 간간이 소수 의견이 특정 정당에 의해 묵살되는 사례도 없잖아 도의회 업그레이드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최근 불거진 놀자판 해외 연수 추진도 수준높은 의회상 정립을 위해 반드시 없애야할 악습으로 지적됐다.

◆현장을 뛰다

▷사례 1=지난 7월 초 태풍 '에위니아'가 대구·경북을 강타했을 때. 이상천 의장은 토·일요일 연휴 집에서 쉬고 있는 도의원 55명 전원을 비상 소집했다. 지역구 돕기를 지시했고, 도의원들은 각자의 출신 지역에서 이틀 밤낮을 민심 곁에 머물렀다.

상습 침수지역과 낙동강 제방 등을 직접 확인하고, 피해지역 시·군에 복구대책을 요구해 지역민들로부터 "제대로 일하네."라는 평가를 들었다.

▷사례 2=지난 8월 초 낙동강 수계에서 유해물질인 퍼클로레이트가 검출됐을 때 교육환경위원회(위원장 장대진)는 9명의 도의원들을 긴급 소집해 구미하수처리장 현지를 방문했다. 도의원들이 직접 유입수와 방류수를 채수해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했고, 순번을 정해 현지에 머무르며 피해 상황 파악과 대책을 세우는 데 전력했다.

▷사례 3=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장길화 도의원은 요즘 경북 곳곳을 누비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열릴 예정된 도의회 때 발표할 '야심작'을 준비 중이다.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실태를 확인하고, 실태에 근거한 자료를 경북도청을 직접 방문해 챙기고 있다. 상당수 도의원들이 의정 질의나 질문용으로 전문위원을 시켜 집행부에 형식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회기가 따로 없다

이상천 의장은 8대 도의회 출범 이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의장으로서 참석해야 하는 대외 행사를 제외하곤 매일 도의회에 출근하고 있어서다. 이 의장은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코피를 쏟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건설소방상임위원회(위원장 황상조)는 비회기 중인 지난달 7일과 8일 이틀 동안 안동시 풍천면에서 9명의 도의원, 지역민,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의 불편 현장 현지 확인 및 현장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비회기 중 현지 정책간담회는 상임위 차원에선 도의회 사상 처음.

황 위원장은 "건설분야 전문가들과 난상토론을 벌여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정책 조언을 들었고, 주민들로부터 생생한 민의를 듣게 됐다."고 밝혔다.

◆의원님들, 공부하다

도의회 한 전문위원은 지난 여름 도의회 자료실에서 보기 드문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초선 도의원들이 대거 나와 책을 읽고, 의정활동에 도움될 만한 자료를 직접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도의회 분위기 형성은 37명 초선들이 주도하고 있다. 상당수 초선들은 서로 만나 의정활동 의견을 나누고, 교수 등 전문가 그룹들과도 수시로 만나 정책 지원을 받고 있다.

초선들은 조만간 공부모임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 아니잖아요."

지방의회는 민의 수렴기관이다. 다수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소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 소수 의견도 민의이기 때문. 하지만 소수 의견이 자주 묵살되고 있고, 이 같은 병폐는 특정 정당 일방 독주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의회 출범 이후 실시한 9개 상임위원장 선출에서는 특정 정당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9개 자리 모두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이 독식했고, 모두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집안식구 챙기기를 여실히 보여준 셈.

또 구시대 악습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도의회 임시회를 하루 휴회한 것과 10월 말 예정된 13박 14일의 캐나다·미국 해외연수를 관광 위주로 채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제8대 경북도의회는 회기를 가리지 않고, 회의실이 따로 없이 현장을 뛰는 활동으로 민심에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경북 영덕의 양식장 폐사 피해 현장을 찾은 도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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