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휘어지는 상차림은 이제 그만"

입력 2006-10-04 10:32:21

추석 차롓상 '구조조정' 필요…음식쓰레기도 문제

주부 박모(51·대구 중구 남산동) 씨는 올 추석 상차림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차롓상에 올라갈 음식과 함께 집안식구들과 친척 방문에 대비하기 위한 음식을 확 줄인 것.

"오징어 10마리, 새우 100마리 등 튀김재료만 해도 10만 원 가까이 쓰는 등 추석 음식 용만 매년 40만 원을 넘게 사용했는데 올해는 30만 원 이하 줄였습니다. 아이들도 외지로 떠나 식구는 자꾸 주는데 추석음식이 너무 남으니 고민이었죠. 지난 해에는 추석음식을 열흘 넘게 먹었습니다.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추석 차롓상'에 대한 구조조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절날엔 상다리 휘어지도록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 바꿔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음식을 쌓아두고 오래 먹는 풍습은 과거 농경시대에나 어울리는 것이며 결국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지나치게 많은 음식물 쓰레기까지 배출, 환경오염을 부른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제사음식 전문업체엔 가격이 저렴한 상차림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5인 가족 기준으로 2번 정도 먹으면 동날 정도의 양만 시키는 집이 늘고 있는 것.

대구 중구의 ㅈ업체 이창섭 대표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비싸고 양이 많은 상차림이 인기였지만 올해부터는 가격도 싸고 양도 적은 상차림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최미자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거 못 먹던 시절의 관습 때문에 명절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럴 경우 보관이 힘들어 음식이 변질될 위험이 높고 영양학적으로도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나물의 경우 2, 3일 정도만 냉장보관할 수 있는 양을 만들어야 하며 튀김도 많이 준비해 냉동 보관하게 되면 트랜스지방으로 변해 오히려 명절음식이 건강에 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남구청은 이 달부터 '반찬량 줄이기 사업'에 나섰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밥상이 반찬의 '재활용'을 부르고 결국 잦은 식중독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결론 아래 대대적 반찬량 줄이기 지도에 들어간 것.

남구청은 반찬을 줄이면 식중독을 줄이는 효과에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구청은 일단 음식점부터 이 사업을 먼저 적용키로 하고 오는 9일부터 남구지역 276개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반찬량 줄이기 사업' 시행에 돌입한다. 9명의 공무원이 3개 반으로 편성돼 지정된 업소를 방문, 종류별로 제공되는 반찬량을 측정하고 일일쓰레기 배출량을 점검해 꾸준히 관리할 계획.

앞으로 3개월 동안 지정된 업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2007년부터는 남구지역내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며 일반 가정에 대해서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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