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뭐하니' 15세 시청용으로 적당한가?

입력 2006-10-04 08:17:43

고현정·천정명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극본 김도우, 연출 권석장)가 선정성 논란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인 이 드라마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들과 같이 보기 민망하다"며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요즘 초등학생들도 이 정도는 다 안다"며 '성문화 개방'을 외치는 이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회는 추석 연휴 이후 '여우야 뭐하니'의 선정성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을 모은다.

◇방송위 "문제 있어…신중히 검토하겠다"

방송위는 12일 열릴 예정인 연예오락심의위에서 '여우야 뭐하니'의 선정성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9월20일 첫 방송된 '여우야 뭐하니'를 놓고 방송위가 처음 논의하는 자리.

방송위 김창근 심의1부장은 "'여우야 뭐하니' 첫 회부터 방송을 모니터해왔으며 극중 일부 행위가 다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내용 전개 등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특정 장면이 필수적이었는지, '15세 시청가'로 적합한지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오락심의위는 회의를 통해 징계, 권고 등을 건의할 수 있고 여기서 결정된 사안은 방송위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된다.

◇제작진 "성(性)은 음란하지 않다"

'여우야 뭐하니' 제작진은 음란잡지의 기자라는 여주인공의 직업적인 설정으로 인해 성적 표현이 있을 수 있지만 시청률을 위한 의도적인 성 묘사가 아니며 드라마 본질과 전체 흐름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드라마 제작과 집필 방향을 전하며 '성(性)은 음란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제작진은 "특히 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TV는 몹시 보수적인 매체"라며 "하지만 사람들은 성이 더 이상 음지의 독버섯이 아님을 알고 있다. 드러내놓는 성이 건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섹시 코미디적인 요소를 가미해 그 흐름을 반영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우야 뭐하니'의 기획을 맡은 MBC 드라마국 김남원 부국장은 "극중 캐릭터의 직업으로 인해 상황상 한두 장면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의도적인 선정성이 아니다"라며 "'19세 시청가'로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9세 시청가'로 올리면 안되나"

성문화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 논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여우야 뭐하니'의 시청 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도 제시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왜 선정성 논란 속에서 '15세 시청가'를 고집하는가"라며 "'19세 시청가'로 등급을 책정한 뒤 솔직하게 그리면 될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극장 개봉 영화의 경우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그만큼 관람 가능 관객이 줄기 때문에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TV드라마의 경우 시청 등급이 상향 조정이 광고 수익 감소와도 관계가 없다.

MBC 심의 관계자는 "대본심의 과정에서 '15세 시청가' 등급 드라마로서 필요 이상 선정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어 정도가 심한 부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면서 "제작진이 '15세 시청가'를 요청해왔으며 (심의에서는) 그 기준에 적당하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물론 선정성 논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지상파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기준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판단도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논란이 드라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