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충남 공주 출신의 김갑순(1872~1960)은 전설적인 '땅부자'였다. 공주감영에서 심부름을 하던 官奴(관노)에서 일약 이 나라 최고의 땅부자가 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개화기에 신분 상승을 노려 돈을 주고 官職(관직)을 사기도 했던 그는 수완이 매우 뛰어나 재물을 모으는 데 관직과 연줄을 십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까지 지낸 그의 축재 과정은 정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후반에 '땅 투기 亡國論(망국론)'이 대두, '토지 공개념' 도입이 검토됐었다. 憲法(헌법)도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지울 수 있게 했다. 토지 투기가 성행하는 건 불로소득을 추구할 뿐 아니라 토지 편중은 땅값을 더욱 오르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정부가 온갖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여전히 '바위에 대침 놓기'다.
○…우리나라 땅부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57.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개인 소유 토지의 절반가량은 지역 주민이 아닌 外地人(외지인)들의 땅이며, 서울'인천'경기 등 首都圈(수도권) 거주자가 전체 사유지 면적의 35.2%(금액 63.4%)나 차지하고 있다. 어제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말 현재 토지 소유 현황을 이같이 분석해 발표했다.
○…국민 4천878만 명 가운데 1% 정도인 50여만 명이 保有(보유)한 토지가 2만 7천821㎢로 서울시 면적의 무려 46배에 이르고, 500조 6천890억 원어치를 가져 전체 토지 가격의 39.6%를 차지했다. 게다가 상위 999명은 여의도 면적(8.4㎢)의 180배(1천501㎢)에 이르는 땅을 갖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토지의 외지인 占有(점유) 비율도 강원 47.6%, 충북 47%, 경북은 46.8%나 차지해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淸富(청부) 개념이 아직은 요원한 채 편법과 '한탕주의'가 떵떵거리는 판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토지 정책 실패 원인을 냉철하게 짚어야 한다. 더구나 참여정부 들어 다양한 명목의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도 재점검해야 한다. 행정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산업레저도시 등이 땅부자들의 배만 불리는 쪽이라면 진정 안 될 일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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