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을 만나면 '학교에 자식 맡긴 죄'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이의 장래를 학교에 맡긴 '약자'의 입장이고 보니 때로 안타깝거나 서운한 일이 있어도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더라는 하소연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 학교운영위원들이 중심이 돼 처음으로 학부모 잡지('NEW PARENTS'·'월간 학부모')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29일 발행인인 송인정(41) 대구시학교운영위원회 총연합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418개 학교에 흩어진 대구 학교운영위원들의 의견을 공문으로만 모으려니 한계가 있더군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매체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 회장은 교총이나 교육부에서도 교육 관련 책자를 내곤 하지만 수요자인 학생·학부모를 위한 장은 마련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일부 교육단체의 편향된 교육이념을 지적하면서 철저하게 수요자의 입장에서 지면을 만들겠다고 했다.
송 회장은 현재 두 아이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가 학교운영위원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불과 3년 전 용지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수성구 회장, 대구총연합회 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5월 대구 총연합회 회장에 선임됐다. 지난해에는 학부모들과 함께 전교조와 연가투쟁 등의 문제로 대립하기도 했다.(그는 이것을 '뉴 라이트' 라고 칭했다.) 그리고 지난 8월 말에는 전국학교운영위원회총연합회 상임대표직에 올랐다. 전국 학부모들의 수장(首長)이 된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이력이다. 그는 경북대 농대 재학 시절 전국에서 5명을 선발하는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당시 24세였다. 이후 경북도청에서 수습을 거친 그는 해군 소위로 임관, 군 생활의 절반을 포항 해병대 공보관으로 복무했다. 1996년 제대 후에는 도청 유통특작과에 배치됐고, 이후 1년 동안 뉴욕으로 건너가 선진 유통체계를 보고하는 일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98년 귀국하던 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넓은 세계를 보고 나니 공직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는 것이 이유다.
학원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해였다. (주)세계교육이라는 법인을 세우고 외국인 강사 리쿠르팅과 해외 유학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도 지산동에서 외국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학부모지 발간에 이어 전국 학부모회 회장 취임을 앞두고 요즘 들어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대구 학교운영위원 5천200명 중 절반이 학부모들입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에게는 학교 선택권도, 교사 선택권도 없어요. 학부모 권리선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월간 학부모지에는 되도록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 필진을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송 회장은 "학부모와 교사, 학교 간에 발생하는 명암을 제대로 조명하고 싶다."며 "이번에 탄생한 학부모 잡지를 밑거름으로 해서 전국으로 이 같은 흐름을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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