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도 도서관이 생겼어요.'
지난 달 28일 오후 대구 경혜여중에서는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새로 단장한 교내 도서관 '혜윰터'의 개관을 자축하는 이날 기념식에서는 이례적으로 한 베스트셀러 저자 초청 강연이 있었다. 불우한 가정 환경을 딛고 변호사로 성공하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모래무지와 두우쟁이'의 저자 이상복 씨가 주인공. 개관식에 참석한 홍옥교(58·여) 교장이나 학부모들은 감회에 젖는 표정이 역력했다.
"청소년기에는 인생을 이끌어줄 역할 모델, 즉 '멘토'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책이지요."
홍 교장은 대구 유일의 공립 여중인 이 곳에 부임한 지난 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유독 많은 사실을 알고 독서를 통해 용기를 북돋워 주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졸업생, 동창회로부터 700여 권의 책을 기증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교실 한 칸짜리 낡은 도서실이었다.
이에 올 초 대구시 교육청으로부터 예산 5천만 원을 따내고 도서관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교사들은 기꺼이 1층 교무실을 새 도서관 공간으로 내놨다. 좁은 도서실은 교무실 자리로 옮기면서 교실 두 칸 반짜리 넓은 도서관으로 태어났다.
장서 보유수 8천여 권. 연간 장서 구입비를 800만 원으로 늘리면서 되도록 학생들이 즐겨 찾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잡지 등 위주로 서가를 꾸몄다. '혜윰터'(순 우리말로 '생각'이란 뜻)라는 이름도 교내 공모를 통해 지었다.
개관식에서 저자 초청강연이 벌어진 사연도 뜻 깊다. 홍 교장은 올 초 '모래무지와 두우쟁이'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고 전교생에게 '윤독(돌려 읽기)'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얘기가 학생들의 처지와 오버랩되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것. 졸업생과 저자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100권을 기증받아 학생들에게 안겨줬다.
이 학교는 올 한 해 다양한 독서운동을 벌였다. 시 교육청의 '아침 10분 독서운동'은 15분으로 늘려 잡았고, 지난 달에는 토·일요일을 이용해 이효석, 이육사, 김유정 문학의 현장인 봉평, 안동으로 학생들과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개관 다음날인 29일에는 전교생이 참가하는 '독서 골든벨' 행사를 열었다. 이달 말 교내 예술제에서는 학생들이 책 속의 주인공으로 분장하는 '독서 코스프레'도 할 계획이다.
한 학부모는 "깔끔하고 넓은 도서관이 생겨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아이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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