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 목판·1477년 불정심다라니경 공개

입력 2006-10-02 15:46:17

원주 고판화박물관 "세계유일본·보물급"

세계 유일본일 가능성이 있는 중국 송대(宋代) 목판화가 공개됐다.

또한 현재 보물 1108호로 지정된 호림박물관 소장 불경 전적인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의 원본격인 고전적도 발견됐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명주사 소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우리 박물관 소장 고목판들인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와 '불정심다라니경' 두 작품에 대한 감정을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2일 밝혔다.

이들 두 문화재는 국무총리실 복권기금과 원주시 후원으로 이 박물관에서 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개최되는 특별전 '중국 고판화의 세계'에 출품된다.

이 중 높이·너비·두께 각각 150㎝ x 50.5㎝ x 4.5㎝인 '아미타래영도' 고목판이 세계 유일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이를 제작한 곳으로 '가정부'(嘉定府)라는 지명이 목판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정부란 중국 송나라 때 지금의 중국 쓰촨성(四川省) 일대에 설치된 광역 지방행정구역 중 하나로서, 중국의 4대 불교성산 중 한 곳인 아미산(峨眉山)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원(元)나라 때 편찬된 송나라 시대의 정사(正史)인 송사(宋史)의 지리지(地理志)와 명나라 때 편찬된 원나라 정사인 원사(元史) 지리지 기록을 참조할 때 가정부라는 행정구역은 남송(南宋)의 영종(寧宗) 황제 재위 2년째인 경원(慶元) 2년, 즉 서기 1196년에 설치됐다.

그 이전까지 이곳은 당나라 초기에 설치된 가주(嘉州)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건위군(건爲郡)이라고도 일컬어졌다. 원사(元史) 지리지에 의하면 남송 때 설치된 가정부는 이곳이 원나라 수중에 들어간 뒤 세조(世祖. 쿠빌라이)의 지원(至元) 13년(1277)에 총관부(總管府)가 설치되면서 폐지된다. 남송 왕조는 이로부터 불과 2년 뒤인 1279년에 멸망한다.

따라서 가정부는 남송 시대라는 지극히 한정된 시기(1119-1277)에만 사용된 지명이 되며, 이런 지명이 확인되는 고판화박물관 소장 '아미타래영도'는 남송시대 목판화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 관장은 "중국의 저명한 판화 연구자들인 주심혜 선생(베이징수도도서관 부관장)과 보송년 선생(베이징중앙미술학원교수) 등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중국에도 실물이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남송시대 목판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최종 판정은 특별전 개최에 즈음해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목판에 묘사된 아미타래영도(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 부처님을 표현)는 고려시대 불화에 등장하는 그것과 형식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불정심다라니경은 명나라 헌종(憲宗) 성화(成化) 13년(1477)에 중국에서 판각된 것을 8년 뒤인 조선 성종 16년(1485)에 성종 어머니인 인수대비가 수입해 조선에서 번각한 불경의 원판으로 밝혀졌다.

이를 번각해 조선에서 다시 찍어낸 책이 보물(호림박물관 소장)로 지정돼 있다는 점에서 이 원본은 그에 버금가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문화재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된다. 폭 45.5㎝에 전체길이 16.1m에 이르는 완질인 이 불경은 중국에도 실물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정심다라니경이란 온 마음으로 읽고 지니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불교신앙에 의해 널리 유통된 경전이다. 다라니는 지혜와 삼매(三昧. 잡념을 버리고 한가지 일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를 성취시켜주는 힘을 지니고 있는 말씀으로 글자 하나마다 무한한 의미와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불경은 본문을 상·하 2단으로 나눠, 위쪽에는 해당 불경 내용을 요약해 묘사한 변상도(變相圖)를 넣었고, 그 아래쪽에는 불경 본문을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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