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가장 근접 대구공항 "가는 길 너무 힘들다"

입력 2006-10-02 11:22:51

市, 접근성 개선 아예 손놔

지난달 27일 낮 대구국제공항. 중국 출장을 떠난다는 이명호(26·대구 서구) 씨가 택시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대구 서구청 앞에서 여기까지 택시비 8천 원을 냈습니다. 매번 공항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도심과 가까운 공항이면서도 대중교통 연계체계는 아주 나쁩니다. 대구시가 대구공항에 대해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인구 250만 명이 넘는 세계 도시지만, 공무원들은 아직도 시골 행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씨의 불평은 이어졌다.

대구공항을 중장거리 중심의 국제공항으로 활성화 시켜야한다는 주장은 넘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공항에 지하철을 통과시키지 않는 '큰 실수'를 저지른 대구시가 공항 이용률 향상을 위한 접근성 개선 대책 마련에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

기자가 같은 27일 오후 여행용 가방 1개를 들고 지하철을 이용, 대구공항까지 가 봤다. 반월당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탄 뒤,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아양교역으로 갔다. 도심에서 이 곳까지 불과 6분만에 닿았지만 지하철을 내리자마자부터 고역은 시작됐다.

지하철 플랫폼이 있는 지하 4층에서 지하 2층까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지만 지하 2층에서 지상까지 올라오는데는 계단이 유일한 통로였다. 어렵게 가방을 들고 수십개의 계단을 오르니 땀이 쏟아졌다. 아양교역은 대구시내 지하철역 가운데 가장 깊게 판 곳이어서 계단 숫자가 가장 많다.

지하철 출구를 벗어나 버스 정류장을 찾았더니 공항행 버스는 배차시간이 15분이었다. 가방이 무거운데다 배차시간도 너무 길어 버스타기를 포기하고 택시를 잡기로 했다. 택시 몇 대가 큰 가방을 든 기자를 보고는 지나쳐버렸다.

겨우 잡은 택시. 기사는 "여기서 큰 가방을 들고 택시를 타는 손님은 대구공항으로 가는 게 뻔한데, 기본요금 밖에 안되는 손님을 잘 태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수 가르쳐줬다.'

공항에 도착하자 카타르에 산다는 정은정(27·여) 씨가 출국 차 공항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경산이 집인 그는 "부모님께 공항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하거나 요금이 비싼 택시를 이용해 공항까지 온다."며 "세계 많은 도시를 가 봤지만 대구처럼 접근성이 엉망인 공항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1천 150여 명. 연간 수십만 명의 대구공항 이용객들이 접근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인천 국제공항은 서울시내와 연결하는 리무진 버스가 수시로 다니는 것은 물론 김포국제공항은 지하철이 통과하고 김해국제공항은 지하철과 공항을 바로 이어주는 마을버스가 있는 등 전국 공항이 손님유치를 위해 접근성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