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대권 경쟁을 우려한다

입력 2006-10-02 11:27:40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大選(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같은 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역시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미 물밑 경쟁을 해온 두 대권 주자가 서둘러 대권 출마를 公表(공표)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급속하게 대선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직 후보 경선 방식에 대한 당내 논란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이 같은 출마 선언은 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말이 공식 선언이지 두 주자는 早期過熱(조기과열) 우려가 나올 정도로 세력 다툼을 벌여온 터다. 인터넷에서 상호 비방의 저질 백병전을 벌인 것과, 지난 7월 대표 경선에서 대리전 논란을 낳은 게 단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줄세우기 같은 구태가 횡행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여기저기서 '한나라당은 아직 멀었다'는 개탄이 쏟아졌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黨(당) 내외를 감도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의 機先(기선) 제압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하루 하루가 힘겨운 대다수의 국민에게 벌써부터 표를 달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나라당 후보만 움켜쥐면 '대선은 끝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데 따른 錯視(착시)현상이다. 물론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지지가 40%대를 달리고, 잇단 각종 선거의 압승과 우리사회의 보수화 경향에 기대어 그런 자기확신을 가질 만도 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차례 대선 패배를 기억한다면 두 사람이 붙잡을 게 여론조사만이 아닐 것이다.

민심은 언제라도 요동칠 수 있는 '가변적 괴물'이다. 민심은 한나라당에 대해 줄기차게 묻고 있다. 집권여당에 대한 반사이익 말고 제1야당으로서 受權(수권) 능력을 갖추었느냐. 자기혁신과 새로운 국정비전을 보여주지 않은 채 대권 경쟁부터 시작하는 한나라당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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