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밑 가족생각 절실"…새터민들 어떻게 살고 있나?

입력 2006-10-02 09:37:42

"북에서는 추석 쇠는게 간단해. 물고기 한 마리, 떡 한 접시에 콩나물, 두부 사서 남편, 시부모 묘소에 올라가지. 여기 추석은 참 요란하네."

2년 전 대구에 정착한 김모(62.여) 씨는 서글픈 한숨을 토해냈다. 명절이 즐겁지 않다. 북한의 수용소에 잡혀있는 작은 딸, 중국에서 떠돌고 있을 큰 딸이 보고 싶다. "어떻게든 '선(브로커)을 대야하는데...." 가족을 찾겠다는 마음 뿐이다. 취재팀이 만난 새터민들의 심정은 대개 비슷했다. 이들은 남한에서 무엇을 느끼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신 불안과 각종 질환에 시달려

대경인의협과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최근 대구에 거주하는 새터민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신건강 검진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36명이 정신과 진료 대상자이고 16명이 심리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택규 대구정신과병원 전문의는 "중국, 제3국을 떠돌며 탈북 과정 쇼크상태(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가 현재에도 계속되는 새터민이 많다."며 "취업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지 못한데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정신건강에 큰 해를 준다."고 했다.

굶주림에다 아사(餓死)직전까지 잘 정도로 영양결핍이나 영양실조 경험이 있는 이들은 크고 작은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들 중 60명 정도가 비감염성질환을 겪고 있는데 '빈혈의심(19명)'이 가장 많았고 '고지혈증 의심, 당뇨 의심(각 10명)' '간기능이상 의심'이 뒤를 이었다. 또 감염성질환 부분에서도 B형간염, 요로감염, 폐결핵 등의 질환이 소수 의심됐다.

◆대부분 하루 벌어 먹고 살아...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대구에 정착한 새터민은 모두 356명. 하지만 북한이주민지원센터는 이 중 316명만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는 연락을 끊었거나 대구를 떠났다.

새터민 대부분은 임대아파트가 몰려 있는 달서구, 수성구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한창 일 해야할 30대가 가장 많고 20대, 40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이는 거의 없었다. 북한이주민지원센터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100명 중 현재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81명) 중 사무직 2명을 제외하고는 △식당종사원(10명) △용접 등 기계관련(9) △생산직(6) △서비스직(5) △판매직(3)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새터민 이모(43·여) 씨는 "여자들은 주로 식당 주방에서, 남자들은 건설현장이나 공단 등에서 시급이나 일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정부지원

정부는 지난해 새터민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3천700만 원의 정착금을 2천만 원으로 대폭 줄였다. 일시불로 주던 정착금도 분기별로 나눠 100만~200만 원 정도 지원하고 있다.

한 새터민은 "보통 입국할때 도와준 브로커에게 주는 돈이 500만~1천만 원인데 예전에는 초기 정착금으로 갚아왔다."며 "현재의 300만 원으로는 무엇하나 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달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정부지원도 정규직 취업을 하게 되면 바로 끊기게 되는 것도 문제. 하지만 전문기술이 없어 '이직(移職)'과 '해고'를 되풀이하는 새터민들에게는 가혹한 정책이다.

한 30대 탈북자는 "4인 가족에게 100만 원 정도 매달 나오는데 취업해도 이 정도 돈을 벌기가 어렵다."며 "정부지원이 꾸준히 계속될 경우 빨리 정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영철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은 "새터민들은 생활 전반에 걸쳐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겪고 있다."며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도 없고 대개 하루 벌어 먹고 살 정도로 생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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