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 시장에 '남풍(男風)' 분다

입력 2006-09-30 07:09:14

학습지 가정교사에 '남풍(男風)'이 불고 있다. 학습지 교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여겨져 남성들이 지원을 꺼려하던 직종. 하지만 요즘 들어 남성들의 지원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심각한 취업난이 주된 원인이지만 학습지 교사가 일반 직장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초 초등학생인 딸을 위해 학습지를 신청했던 최영순(38·여·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씨는 며칠 뒤 방문한 지도교사를 보고 짐짓 놀랐다. 그저 주부나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했던 교사가 30대의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당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긴 했지만 영 꺼림칙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 달 여가 지난 지금 최씨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최씨는 "책임감이 있어 오히려 더 신뢰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방문교사 3년 경력의 김일환(34·경북 군위군 효령면)씨는 "초창기에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문전박대도 받았지만 지금은 선호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 전만 해도 신입교사들 가운데 남자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지만 지금은눈에 띌 정도로 주위에 자주 보인다."고 했다.

남자들이 학습지 교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아무래도 취업난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반 직장과는 다른 장점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일단 학습지 가정교사의 자격조건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교육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년제 대학만 졸업하면 지원이 가능하다. 전공 제한도 없다. 전형절차도 간단한 편이다. 보통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을 거치면 된다. 채용된 뒤에도 각종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일부 교육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관리직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가장 큰 관심거리인 보수도 적정한 편이다. 교육 회사나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한 달에 200여만 원은 벌 수 있다. 경력자의 경우 많게는 500만~600만 원도 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시간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방문교사 김씨는 "일반 직장과 달리 직접 아이들과 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시간을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밤 늦게 마치는 경우가 많고 하루에 많은 가정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 관리에 철저해야 하며 기초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예전엔 전업주부의 지원이 많았지만 최근엔 막 대학을 졸업한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의 응시도 늘고 있다. 변정섭 구몬학습 경북총국지원팀 대리는 "2년 전만 해도 신입채용 면접에서 남자 비율이 전체의 5%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20% 가까이 된다."며 "지난해부터 남성 응시자가 급격히 늘어 매년 면접을 진행할수록 남성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