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견해를 경청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다양한 몸짓을 이해하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는 창조적 활력이 넘친다. 반면에 표현방식이 주류문화와 차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거나 경원시할 때 계층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궁극에 가서는 주류문화 자체가 퇴보하여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예술과 사상을 포함한 전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복식사를 일견해 보면 다양성에 대한 열린 자세가 세대간, 계층 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복식은 단순히 신체를 장식하는 것만이 아니라 많은 상징과 의미를 내포한다. 1900년대 중반부터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진 청소년 집단은 복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들의 스타일은 전체 집단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집단 내에서는 동질적이어서 하나의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하게 되었다. 주류문화에 심리적으로 소외감이나 좌절감을 느낀 소수 구성원들이 채택한 그들만의 양식은 일반적으로 하위문화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영국은 다양한 청소년 하위문화 스타일이 탄생한 곳이다. 제 2차 대전 후 빈민층 청소년들의 상류계층에 대한 열망과 반항을 표현한 테디 보이즈(Teddy Boys) 스타일과 젊은이들의 우상인 비틀즈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외모의 모즈(Mods) 스타일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1960년대 중반의 비관적이고 난폭한 성향을 보인 스킨헤드(Skin Head)와 1970년대 후반 풍요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항으로 나타난 펑크(Punk) 등은 좀 더 과격한 감정을 표출한 스타일이다. 하류층 청소년들은 그들이 원하는 희망과 그 희망에 도달하는 길을 찾지 못하는데 따르는 절망감과 분노 등을 복식에 담아 표현했고, 그들의 복식은 주류 패션과는 다른 하위문화 스타일을 형성했다.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이와 같은 다양한 하위문화 스타일은 주류문화와 함께 공존하기 시작했고 잔드라 로즈나 비비안 웨스트 우드 같은 디자이너에 의해 하이패션으로 채택되었다. 그리하여 하이패션과 매스패션, 주류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고 스타일의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장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계층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집단끼리도 빨리 소통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연한 사람과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진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일상생활의 미세한 결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문제는 열린 마음이다.
추태귀 상주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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