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원들, '대입 자기소개서' 돈 받고 팔았다

입력 2006-09-28 09:37:21

학원들 대필 장사 수백만원 요구…실적·경력 위조 의혹

입시학원들이 돈을 받고 대학입시 전형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대필(代筆) 해주는 '자기소개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일부 학원의 경우 단순한 대필을 넘어 봉사활동 실적이나 입상 경력까지 추가해준다며 수백만원을 요구하기도 해 서류 등을 위·변조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28일 학원가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주요 대학들이 면접이나 작문능력평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자기소개서가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자 서울 강남지역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유료 대필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강남의 A논술학원은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을 줄 수 없느냐는 질문에 "자기소개서 첨삭 1일 특강이 있다. 수강생이 1차로 자기소개서를 써 오면 강사가 작성 요령 등을 강의한 뒤 개별적으로 첨삭해준다"며 강의 및 첨삭 수수료로 20만원을 요구했다. 첨삭(添削)이란 내용 일부를 보태거나 삭제하여 고치는 것을 말한다.

수험생 개인의 경력 등을 서술하는 자기소개서의 특성상 아무런 정보 없이 강사가 처음부터 써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런 첨삭 지도는 대필이나 마찬가지다.

인근 B논술학원은 자기소개서에 대한 전문강사와의 1대1 '컨설팅 비용'으로 10 만원을 요구했고, 역시 강남의 C입시학원도 전문강사가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대가로 20만원을 받고 있다.

학부모 오모(47·서울 송파구)씨는 "입시학원에서 자기소개서를 써준다고 하길래 알아봤더니 대필료로 30만~50만원을 요구해와 포기하고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입시학원뿐 아니라 온라인 서류대행업체도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고 있다.

취업 및 입시 관련 자기소개서 대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 사이트는 아예 대입 자기소개서는 한장에 5만원, 학업계획서는 장당 7만원씩 받고 작성을 대행해준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최근 인기가 높은 명문 사립대의 국제학부 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을 상대로 한 자기소개서 대필 서비스다.

'OO컨설팅' 또는 'OO아카데미'라는 간판을 내건 강남 일대의 몇몇 국제학부 전문 입시학원은 자기소개서 등 국제학부 전형에 필요한 서류 작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수백만원대을 요구한다.

고교 3학년생 딸을 둔 박모(44·여)씨는 "외국에서 살다 귀국해 아이들을 명문대 국제학부에 넣기 위해 상담한 결과 턱없이 많은 돈을 요구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강남의 유명 대입특례전문 A학원은 박씨의 딸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과 토플(TOEFL) 고득점자인데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차 서류심사 통과여부가 결정된다"며 자기소개서 작성 및 봉사활동 실적 추가 등 명목으로 400만원 가량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박씨는 "수백만원대의 돈도 문제지만 어떻게 하지도 않은 자원봉사를 했다고 서류를 꾸밀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서류 위·변조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을 받지는 않지만 고교 교사들이 학생 부탁으로 자기소개서를 다듬어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수시모집의 경우 자기소개서를 받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대필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며 "대필로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합격자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는 원래 본인이 솔직하게 작성해야 하지만 학부모나학생이 점수를 의식해 학원에 대필을 부탁한 경우 비슷한 유형의 소개서들이 나오기마련이고 이럴 경우 논술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점수가 깎일 수 있으며 위·변조 사실이 드러날 경우 당연히 불합격 처리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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