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생각이 사회를 바꿔"…대구 온 박원순 변호사

입력 2006-09-26 10:37:00

"생각이 바뀌면 도시가 변하고 도시가 변하면 행복해집니다."

대구 중구청(청장 윤순영)이 마련한 '명사 초청 특강' 강연을 위해 25일 대구를 찾은 박원순(50)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많은 직함을 가졌지만 그가 건넨 명함에는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씌어 있었다. 말 그대로 사회를 하나씩 바꾸어나가는 일이라는 것이 박 이사의 설명.

"희망제작소는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현해가는 일을 합니다. 이곳 구성원들과 사회를 업그레이드(Upgrade) 시키기 위해선 어떤 일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하죠. 한 가지 아이디어가 구체화될 때마다 신이 납니다."

당초 박 이사는 정치개혁 선봉에 선 시민운동가로, '나눔운동' 전도사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대구지검 검사생활을 1년 만에 끝내고 변호사 생활에도 행복감을 맛보지 못한 뒤부터 뛰어든 일이었다.

"검사가 됐지만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았어요. 제 눈엔 피의자들 모두 안타깝더라고요. 차라리 판사였다면 더 버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시절, 돈도 좀 모았지만 정작 행복감을 느낀 건 그 돈을 이웃에게 나눠주면서부터에요."

그는 정치개혁을 위한 제도개선 운동과 나눔운동, 그리고 희망제작소에서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올해 초 만든 희망제작소의 일 역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다.

"끊임없이 정치를 하라는 권유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전 이미 정치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사회를 조금씩 바꾸어가고 있잖아요. 나눔운동을 하면서 기부문화를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가게를 퍼뜨린 것도 마찬가지죠. 이 일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도시의 미래-문화를 디자인하다'. 그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도시와 사회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오래전 문을 닫은 독일의 제철소, 광산을 생태공원으로 만든 일, 도심에 여유 공간을 둬 공원을 만들고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제공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세상을 바꾸는 정책은 거창하지도 않고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의 조그만 생각들이 모여 큰 희망이 될 수 있어요. 시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장밋빛 미래는 꿈이 아닐 겁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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