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구술면접)인문학의 위기

입력 2006-09-26 07:09:43

▨ 기출문제

인문학은 사물의 효용을 높이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사물의 본질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학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흔히 거론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말해 보시오. (2004학년도 한국외대 수시 1학기)

▨ 해결의 실마리

일반적으로 인문학이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를 뜻한다.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토대라고 불리는 이유 역시 인간과 인간의 문화와 인간의 가치,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표현 능력 등을 연구하기 위해 전반적인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은 다른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마련에 효율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토대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가치성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이들이 많다.

인문학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 사학, 철학과 같은 학문만으로는 요즘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족하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즉, 문학을 공부하고, 인간의 역사를 공부하고, 인간의 내면을 공부한다고 해서 그 전공을 살려 취업하거나 성공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학문을 통해서라도 인간 본연의 성찰을 하려는 관심과 노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 연구되고 있는 인문학의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문계에 소속된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입학 시 국문학, 사학, 철학보다는 법학이나 경영학 등 소위 취업이 잘 되는 인기 학과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인문학의 위기를 개탄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사회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문학에 대한 재정 지원 제도를 확실히 마련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책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진리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의 발전을 위한 지원책도 늘어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문학자들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역시 인문학을 현 시대에 필요한 학문으로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화와 게임 등의 시나리오를 만들 때 문학 작품 등의 줄거리를 접목시킨다면, 영화와 게임의 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학문만을 위한 인문학이 아니라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정신으로 인문학을 연구하고 실생활에 접목시킨다면 인문학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예시 답안

교수 :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라 불리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학생 : 경제난이 장기화됨에 따라 대학 졸업생 대부분이 취직자리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마다 취직하기 좋은 학과에만 학생이 몰린다고 합니다. 적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인기 학과에만 학생이 몰리는 현상도 문제거니와 학문의 각 분야가 고루 발전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납니다. 또한 전공을 막론하고 고시 열풍이 불어서 전공 수업조차 어려워지고 대학에서 인문학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자본주의가 세계화되면서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습니다. 학력도 시장 가치의 지배를 받고, 당장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전문 기술직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업종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력 논리에 지배당하면서 당장의 이익이 없어 보이는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인문학 내부 차원에서도 대중과 유리되어 전문적이고 관념적인 논의에 함몰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협소한 입지 속에서 자족적인 연구를 하기 보다는 사회 현상의 원리를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실제적입니다.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장기적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반성적 사유가 사라진다는 점, 그래서 근원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점이 사회의 큰 문제입니다. 당장의 실용성에만 급급하여 가치 탐구를 하지 않는 사회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물론 사회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근원적인 진리를 탐구하면서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 이성을 견지하는 공간의 역할을 지켜야 합니다. 인문학은 사회와 세계의 현상을 폭넓게 고찰하면서 인간됨의 의미를 추구하는 데 주요한 기반이 되는 학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진리의 근원을 탐구하는 기초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은 경제 위기에 봉착한 오늘날 더욱 필요합니다. 비판적 이성을 근간으로 하는 인문학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위기에 대해서 임기응변적 대책에 그칠 뿐,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혁신과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발전은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추가질문

교수 : 현대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흔히 소통이 단절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학생 : 산업 사회가 발달하면서 사회가 급속히 전문화되었으며 효율성이 중시되었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근간은 주로 자연과학과 결합한 기술의 발달이었습니다. 근대화에서 드러나는 다원화되고 세분화되는 사회 추세는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내부적으로 분화되어 하나의 숙련된 기능이나 기술처럼 서로 고립되었습니다. 특히 고도의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생활과 더욱 멀어졌습니다. 그에 비해 급격히 발전하는 과학 연구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기술로 전환하여 새로운 경제 발전, 기술 발전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교수 :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학생 : 자연과학은 현대 인류 문명을 가능케 하고 존속시키는 중요한 학문입니다. 인류가 자연을 유용하게 이용하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의지를 현실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자연과학 자체만으로 미래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적이고 전체적인 지식만이 앞으로의 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점점 인간의 수단화, 고립화가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 삶에 대한 통찰과 인간다움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인문학의 자리매김을 통해 삶의 총체성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풍토를 바탕으로 확립되는 자연과학적 연구와 성과들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부로 축적될 것입니다.

제공 : 송원학원 논술·면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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