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전당대회 앞서 2만 명 반전시위

입력 2006-09-25 11:16:45

영국 집권 노동당의 전당대회(24∼28일)를 하루 앞두고 수만 명의 시위대가 23일 맨체스터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영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반전 시위를 벌였다.

학생, 정치인, 노동조합과 종교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맨체스터 시청 밖 알버트 광장에 모여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친미성향 중동정책과 신형 핵탄두 프로젝트를 성토했다고 BBC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경찰은 '런던 밖에서 열린 최대의 시위'로 알려진 이날 시위에 2만여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고 주최 측은 4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시위대는 수십 대의 대형버스를 빌려 타고 전국에서 몰려왔으며 일부는 런던에서 이른바 '평화열차'를 타고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총리는) 물러나야 할 때', '군대를 집으로'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든 시위대는 알버트 광장에서 출발해 노동당 전당대회 장소 주위에서 가두행진을 벌인 뒤 알버트 광장에 다시 집결해 농성을 벌였다. 일부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를 상징하는 뜻에서 도로 위에 시체처럼 누운 채 시위를 벌였다.

반전단체인 전쟁중지연합의 앤드루 머레이 회장은 "맨체스터를 행진하는 수만 명 시위대는 이 나라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대표한다."며 "영국인 중 80% 이상은 토니 블레어가 혼란, 죽음, 폐허만을 초래한 조지 부시의 전쟁도발 정책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운동가인 비앙카 재거는 "총으로 민주주의를 수출할 수는 없다."며 "미스터 블레어, 당신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블레어 이제 제발 물러나시오."라고 말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의 철군과 함께 트라이던트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신형 핵탄두 프로젝트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편지를 노동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경찰의 존 오헤어 경정은 "최대 2만 명이 반전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맨체스터로 왔다고 추산하고 있다."며 "가두행진은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지금까지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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