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우리 집안의 가장 큰 사건은 동생이 산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핸드폰을 잃어버린 일이었다. 그리고. 한 달 하고 보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은 어마어마한 일을 몰고 왔다.
핸드폰 잃어버린지 5분이 지난 뒤에 이를 알고 그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이 꺼져 있었다. 그 말은 습득자가 핸드폰을 되돌려줄 의사가 없다는 뜻이었고, 찾길 포기하고 잃어버린 의정부에서 대구로 내려와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사용하던 회사로부터 단말기 분실신고를 하고 정지를 했다. 그러나 그 핸드폰은 동생의 업무용 번호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쓰던 번호였기에 다른 번호로 착신을 하기 위해서는 정지신고를 다시 해지하고 나서 착신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리고 위치추적에 대한 설명을 담당 직원으로부터 들었으나 영화나 드라마처럼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지는 않다는 설명과 더불어 발신금지를 할 경우 핸드폰을 영영 찾을 길이 없다는 말 또한 들었다. 결국 우리는 발신금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핸드폰을 습득한 사람이 혹시나 다른 이에게 통화를 하지는 않을까? 그러면 찾을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한 달을 보냈다.
동생은 중고폰 하나를 구해서 잃어버린 핸드폰의 번호를 기기이전하였는데 이전 후 5분이 지나지 않아서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내용인즉슨 당신의 핸드폰 요금이 100만 원이 넘는다는 통보였다.
알아보니, 핸드폰 습득자가 800만 원이 넘는 네이트 서비스를 받은 것이었다. 거래내역 조회를 해보니 무려 238장의 A4용지가 출력되었고 이용한 서비스는 성인사이트의 동영상보기, 음악다운받기 등으로 한 달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받을 량의 서비스였다. 마침 안심정액제란 요금을 사용했기에 실 청구액은 110만 원 정도였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핸드폰과 인터넷 등 통신산업이 세계1위라는 우리나라에서 이용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무성의한 통신사의 대처방법과 시스템이었다. 단말기 분실신고를 한 고객에게 그렇게 엄청난 요금이 부과되고 있어도 통신사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나 통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잃어버리면 정지하지 않은 고객의 잘못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확인한 것이다. 60만 원이 넘는 전화기, 조금 보태자면 냉장고 한 대값의 전화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핸드폰 분실은 보통 고객의 잘못이 크고 이를 핑계로 고객은 휴대폰 분실 및 분실 이후의 악용에 대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말기 분실신고 제도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분실센터라는 곳에서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적어도 찾아주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아도 분실된 폰으로부터의 악용은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던 고객은 과연 어리석은 것인가. 오늘도 TV를 틀면 나오는 CF가 있다. 요금이 꿈을 방해해선 안된다라고···.
만약 휴대폰 습득자가 미성년자라면 그 아이는 공부나 일상 생활을 팽개쳐둔 채 습득한 네이트온으로 성인사이트를 넘나들며 800여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사용하였다는 것인데, 15세 관람 불가라는 일반 드라마의 등급자체가 무색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현실이다.
몇 달 전 뉴스에는 500만 원이라는 요금이 부가된 가정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인터넷의 청원방에다가 일반 전화기에도 전화명의자가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청원한 적이 있다. 무분별한 청소년이 성인사이트나 060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져서 가정경제의 파탄을 가져올 수 있는 사례를 막자는 의견이었다.
어디 가서 500만 원을 대출받으려면 보증인부터 시작해 갖추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통신사들의 상술에 꿈을 방해받는 일이 많다.
핸드폰 회사와 통신사에 부탁드린다. 더 많은 기능, 돈 되는 기능을 만들기 보다는 고객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핸드폰을 만들어 주길, 한 달 요금 안내면 정지시키는 것은 철저하게 시행하는 통신사가 분실된 단말기의 요금이 800만 원을 넘어가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알고 있다. 아마도 올 가을은 거대한 기업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할 듯하다.
이소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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