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총회 본회의가 국제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미정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
미국은 미국식 정의를 외치면서 자신들이 옳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유엔 총회는 힘을 앞세운 미국의 주장이 얼마나 많은 국가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반미연설은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참석자들은 차베스 연설에 환호했다면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전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과 너무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총회 본회의 시작 이틀 동안 기조 연설에 나선 국가는 57개국. 이란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대통령의 반미연설은 어찌 보면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 좌파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교수의 저서를 들고 나와 이 책이 세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해준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향해 '악마' '거짓말쟁이' '독재자'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맹렬히 비난했다.
코카 재배농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심지어 기조연설 도중 주머니에서 코카 잎을 꺼내 흔들면서 미국이 코카 생산을 막기 위해 "신식민주의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반미정서와 관련해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중도파 지도자인 브라질과 멕시코 대통령을 비롯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까지 국제 무역과 이라크전쟁, 미국의 일방주의와 중남미 마약정책,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엔 관측통들은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주창하고 있는 세계질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미정서에 대한 책을 내놓기도 했던 줄리아 스웨이크 전미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이 선동적이고 도발적인 방법으로 미국이 힘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깊은 분노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의 중남미 전문가인 마크 와이스브로트 역시 반미를 외치는 지도자들이 비주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다른 많은 지도자들이 단지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은 도발적인 차베스의 발언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튼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국가원수가 할 수 없는 말", "모욕적인 말", "베네수엘라 국민은 차베스처럼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불쾌감을 드러냈지만베네수엘라가 128개국의 지지를 얻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될 것 같다는 유엔 관측통들의 말을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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