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辯 반격…대법원장 발언 파문 확산

입력 2006-09-22 08:52:03

검찰과 변호사의 역할을 비하하는 듯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잇단 발언에 대해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가 동시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등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져 이른바 '발언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변협은 성명에서 유감 표명과 아울러 이례적으로 사법부 수장인 이 대법원장의 자진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서 파장을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변협 성명에 유감을 표명하는 등 공개 비판해 법원과 변협 간 정면충돌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원은 검찰에는 오해될 표현이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간접적인사과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수그러드는 기미도 일부 보이고 있으나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 사이의 다툼은 계속되고 있어 양측 간 갈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대법원장 말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발표,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총장이 직접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총장은 입장 발표에 앞서 전날 임승관 대검차장 주재로 열린 검사장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데 이어 이날 오전 기획관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 입장문 수위를 최종 조절했다.

변협은 이날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이 대법원장의 발언내용에 유감을 표명하고 대법원장의 즉각 사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변협이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거나 권고한 것은 해방 이후 김병로 대법원장, 1971년 1월 제1차 사법파동 당시 민복기 대법원장 등을 포함해 이번이 다섯번째다. 변협은 성명에서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조계 모두가 책임을 공감하고 자정해야 할 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사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장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 전체의 불신을 초래해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성명에 대하여'라는 공식 입장을 내고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와 취지를 수차례 해명한 바 있음에도 변협이 주지하는 바와 같은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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