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화해의 물꼬를 기대한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선출돼 내주 초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總理(총리)로 뽑힌다. 일본 역대 최연소이자 戰後(전후) 세대 첫 총리가 될 그의 압도적 당선에는 '강한 일본'의 기치가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정치 명문가 출신에다 일찌감치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後繼者(후계자)로 발탁됐지만 그의 대중적 인기는 북한 납치 피해자 문제에서 강경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시작됐다.

당연히 대북 문제에서 향후 일본은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금융 제재는 강경 대응의 시작이라 하며 북한을 빌미로 한 군사력 증강도 예상된다.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평화 헌법 개정은 결국 일본의 再武裝(재무장)을 의미한다. 최중요 법안으로 삼겠다는 교육기본법 개정도 애국심 함양을 강조하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이웃나라 새 총리의 탄생은 일단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를 놓고 기대와 警戒(경계)가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비롯된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은 그에 따라 골이 깊어질 수도, 和解(화해)의 물꼬를 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의 속내는 오리무중이다. 야스쿠니 신사나 전범과 관련, 지금까지 그는 애매모호한 말로 논란을 피해갔다.

아베의 정치적 토양은 보수 우익이다. 내건 기치도 '강한 일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 외교의 유연한 행보는 그에게 던져진 앞으로의 과제다.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동맹에만 열중인 채 아시아를 외면한다면 일본을 바라보는 눈길은 바뀌지 않는다. 한'중을 비롯한 아시아와 善隣(선린) 우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전쟁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