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전효숙 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인준정국 새국면

입력 2006-09-20 22:56:57

청와대가 20일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밟기로 함에 따라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를 빚은 전효숙 인준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열린우리당의 요청에 따라 기왕에 제출했던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와는 별도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추가 제출되는 요청서는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 지명 직전 헌법재판관직을 사임,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감에 따라 발생한 헌법과 법률 절차상의 하자를 원천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헌법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청와대와 여당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 원내 3당이 제시했던 '적법절차에 따른 전효숙 인사청문건의 법사위 회부'라는 마지막 남은 4번째 중재안까지 모두 수용한 셈이어서 비교섭 3당과 한나라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외견상 여전히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긍정평가하고 나서 적어도 '여당+2당 표결공조'를 통한 인준강행 여부가 전효숙 인준정국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야3당 대표는 어제 법사위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달라고 다시 요구했다"며 "절차상 모든 논란을 마감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우리당의 생각이고, 비교섭 3당의 요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만약 국회의장이 정부가 제출한 '전효숙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고, 한나라당이 인사청문 절차 재개에 응할 경우 법사위는 전 재판관 후보자 자격에 대한 인사청문을 실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전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헌재소장에 대한 절차로 간주해 1회만 실시할지, '재판관'(법사위)과 '헌재소장'(특위)에 대한 청문회를 각각 별도 실시할 지, 이미 논란속에 실시된 헌재소장 청문회로 갈음할지 여부는 여야간 합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단순한 법률적 절차의 문제를 떠나서 "전효숙 임명동의안 자체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라며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여전히 초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인사청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렇게 된 마당에 전 후보자는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절차적 하자가 보정된 상태에서 계속 인준을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온건론도 적지 않아 당내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이 끝내 강경론을 고수할 경우 여당과 비교섭 단체는 한나라당이 불참한채 법사위를 열어 인사청문 절차를 밟거나 아예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표결 처리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지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이 물리적 저지에 나서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적법절차를 밟아서 인사청문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한나라당이 동참해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민주노동당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한나라당도 이제 법사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국민중심당 정진석(鄭鎭碩) 원내대표는 "전효숙 헌재소장 카드를 밀어붙일 경우 또다른 문제의 시작이고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면서 "차제에 헌재 사태를 완전히 매듭짓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장을 지명하는 것이 완전무결한 수습책이 아니냐"고 말해 다른 두 야당과 차이를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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