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등 지역에 소재한 20여 개 연구기관들이 9월 20일에 대구경북 '연구관련기관협의회'를 발족한다는 소식이 있다. 추수의 계절인 가을의 문턱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로 발족되는 지역 협의회는 상호협력을 통하여 개별 기관에서 실행하기 어려웠던 중요한 사업들을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연구 관련 기관들이 협력을 강화하여 실행해야 할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전자과학(e-science)의 활성화이다.
e사이언스란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연구 성과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e사이언스를 이용하면 상용 인터넷망이 아닌 첨단 연구망을 통하여 국내외의 저명한 과학자·연구기관과 사이버 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망은 상용망이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대규모 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며 실시간의 원격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인프라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정보과학기술은 융합·수렴되면서 소속 기관, 국가, 지역, 분야를 넘어선 과학자 간 협업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연구자원을 디지털 정보매체를 통하여 공동 활용하고 R&D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현대 정보과학기술은 오프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연구자 간 협동 작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과학자와 연구그룹을 이어주는 디지털 의사소통망이 R&D 성과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비교할 때 디지털 매체는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하면서 정보관리와 지식생산의 방식을 효율적으로 전환하도록 기여한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e사이언스에 투자함으로써 선진국은 여러 학문 영역에 있어 개인, 기관, 국가 간 협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제6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6)에서 e사이언스의 기반 조성을 위하여 약 2억 2000만 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사이언스의 선두국가인 영국에서는 전자과학센터(NCeS)를 일찍이 설립하여 자연?이공 분야에서 정보기술을 이용한 R&D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나아가 영국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사업의 초점을 맞춘 전자사회과학센터(NCeSS)도 개설하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국립과학재단(NSF)이 후원하여 '사회 네트워크와 사이버 인프라'(SNAC)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R&D 규모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은 국가의 사례를 들면, 호주는 정부의 지원으로 호주국립대가 '온라인 네트워크'(VOSON)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네델란드에서는 왕립아카데미(NIWI-KNAW) 산하에 '가상 지식 스튜디오'(VKS)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e사이언스는 자연과학의 세부 전공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연구와도 연결시키면서 과학 공동체에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30년 한국의 미래보고서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중심으로 사회체제가 변화되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정보기술(IT)의 능동적 활용에 있다. 마찬가지로 R&D의 성과향상을 위해서는 e사이언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서는 최근 그리드와 연구망을 중심으로 e사이언스의 확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연구기관들은 e사이언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으며 참여도 또한 낮은 실정이다. 대다수의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은 연구망의 구축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동연구를 위한 지역의 과학기술 정보망 서비스는 부재한 실정이다. 이번 협의회의 발족을 계기로 대구, 경북이 e사이언스 커뮤니티 구축과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기를 바란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