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충격이었어요. 요즘 애들이 우리보다 좀 개방적이어서 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성교제와 임신문제까지 다루다니 정말 놀랐어요."
"우리가 클 때보다 일찍 그리고 깊숙하게 성문제를 알고 있어요. 실제로 스킨십도 그렇게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예요. 그렇지만 숨겨두지 않고 표현할 줄 아니 한편으로는 그들을 믿고 싶기도 하네요."
5년 전 여중생을 성폭행한 중년 남성이 지역의 여고생을 또다시 성폭행 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어수선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전한 성(性)가꾸기 연극제가 올해로 8회 째를 맞으며 지난 16일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
본선에 진출한 도원고등학교 토월팀(***상 수상)이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로 임신을 하게 된 영희가 출산을 하는 전후 과정을 그린 '키우고 싶었어요', 대구제일중학교 해밀팀(***상 수상)이 청소년기의 스킨십과 이성심리를 다룬 '남과 여 혹은 여와 남', 대구제일여자정보고 에코팀(***수상)이 남녀성비불균형을 다룬 '여자가 되고 싶어요', 경일여고(***수상)에서 이성교제와 스킨십을 다룬 '지켜주세요'를 공연했다.
대구지역 중고교생이 펼치는 성가꾸기 연극제는 청소년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요즘 청소년기 자녀들의 성을 이해하는데도 충분한 장(場)이다. 대구시청에 근무하는 안용모 씨는 이미 대학생이 된 두 아들의 심리 상태를 이곳 성가꾸기 연극제를 통해서 많이 이해하게 됐다. "청소년들의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 염려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극 공연을 보고, 아들들과 대화를 했더니 아빠가 공연을 보러 갔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아했고,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전체 고교생의 24.1%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자료(별도 표 참고)가 있고 보면 청소년기의 성문제는 단순히 남의 애 일만은 아니다. 자칫 우리 아들 딸이 남모를 상처로 울고 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성인이 되면 남자나 여자나 성적인 욕구나 행동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경우, 남학생들은 공격적인 본능과 성욕이 결부돼있는 반면, 여학생은 친화욕구가 있어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밥먹고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눈높이는 달라질 수 있죠. 부모들이 이런 차이점을 알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서부터 건전한 성문화를 이뤄갈 수 있습니다."
대구한의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한상철 교수는 "이런 남녀차를 모르고, 어떤 문제가 생겼더라고 또래문화와 친구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묻혀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자칫 '쿨'한 세태가 자녀들의 몸과 마음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구시교육청 서영숙 보건교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여성발전기본법과 성폭력방지법 등에 연간 3시간씩 성폭력과 성매매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있다."고 밝힌다.
안용모 씨는 청소년 성가꾸기 연극제가 청소년들이 건전한 성을 가꾸고, 자녀들의 성문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만큼,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여러 학교를 순회하면서 재공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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