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도덕적 가치가 마지막 경쟁력이다

입력 2006-09-18 08:34:14

도덕적 가치를 말하면 독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자본주의 경영이란 것은 돈만 되면 못하는 짓이 없는데 도덕적 가치를 말한다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도덕이란 것은 경영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며 도덕과 경영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덕경영이란 것이 어떻게 먹혀들겠으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할 지 모른다.

물론 시장은 날로 비도덕적인 정도가 아니라 무도덕적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투기와 투자가 구분되지 않고 약탈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도덕적 가치가 마지막 경쟁력이다.

우리는 경쟁력 우위라면 과학기술적 경쟁력을 염두에 둔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기술적 격차라는 것은 이내 해소가 되어 버리고 기술적 부가가치의 잔류기간 지속기간은 대단히 짧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정보는 일순간에 급속도로 전파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비슷한 기술력과 품질경쟁력을 가진 제품이 등장하는 시간이 극도로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술적 경쟁력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경영관리 차원의 우위, 경영기법의 우위라는 것도 단기간에는 유효할지 몰라도 그다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벤치마킹'에서 보다시피 새로운 경영기법도 단 시간에 파급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러한 기법의 우위로서 버틸 수 있는 시간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 남은 것이 무언가? 그것이 도덕적 가치다.

예를 들어보자. 고객들을 잔머리나 잔꾀로 속일 수 없다. 속을 대로 속은 고객들을 더 이상 속일 수는 없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 같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제품의 질은 다르다. '혼이 있다, 없다' '정성이 담겨 있다, 안 담겨있다'는 것은 감각적으로 느끼기도 하고 또 우선 당장에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된다.

결국 그 제품의 불량률을 줄이는 것도 사람이고, 불량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제품에 혼이 얼마나 담겨있는가, 거기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그 미세한 차이를 결정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의 도덕성에 달린 것이다.

그러니까 기술과 기법의 경쟁력으로 버틸 수 있는 분명한 한계지점이 있고 한계지점에 이르면 도덕적 가치가 승패를 가른다는 이야기다. 기술과 경영기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치, 그것이 도덕적 가치다.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같은 기술을 가진 노동자가 일을 해도 노동의 질은 같지 않다. 조직적 압력, 해고의 압력으로 일을 강제하면 할수록 일에는 뜻이 없다. 조직적 압력으로 한때의 생산성은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일에는 정성이 담기지 않는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에 무슨 혼이 담기고 정성이 담기겠는가? 억지로 마지못해서 일을 하지만 그것만큼 경쟁력이 없다. 혼이 없다는 것은 결국 품질 경쟁력과 서비스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기술과 경영기법으로 타개할 수 없는 한계지점이 분명히 있다.

다시 말하지만, 도덕적 가치, 사람의 가치라는 것이, 오늘날 이야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부가가치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마지막 남은 경쟁력이다. 기업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보다 넓게 사회관계나 여러 관계에서도 이제 마지막 남은 경쟁력이 도덕적 가치다. 좀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 더 팔아먹을 것이 없다. 돈이 되는 것은 다 팔아먹었고 남은 것은 도덕적 가치뿐이다.

이제 도덕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새롭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절로 들어가고 있다. 어쩌면 도덕적 경영이, 비도덕과 무도덕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비상구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적 선택과도 무관하게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가 소리 없이 강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영순 (영남대교수/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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