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가 부릉 부릉'…버스 개조한 옷가게 '부비버스'

입력 2006-09-16 15:30:58

'참 겁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도전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청년들이 있다. 35인승 버스를 개조해 움직이는 옷가게를 차린 네 명의 젊은이들. 지난달 초 버스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대학가, 동성로 등을 누비며 다니고 있다. 전국 투어, 체인점도 계획 중이다. 12일 오후 대구가톨릭대 후문 삼거리에서 이들을 만났다.

◆겁 없는 청춘사업가 4인조

겁 없는 사총사. 별명부터 평범하지 않다. 운전사 겸 매니저 권성원(24·김천대 전자통신과 졸) 씨는 '똘갱스 대빵', 추진실장 송준경(23·구미 전자공고 졸) 씨는 '송서방', 영업상무 유대종(23·영남이공대 건축학과2) 씨는 '코주부', 판매실장 송해정(21·여·영남이공대 건축학과2) 씨는 자칭 '센스쟁이'다. 이들 네명이 '부비버스(Boobibus)' 창업의 주인공들.

이들의 만남은 이랬다. 지난해 9월 권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700만 원짜리 중고버스를 구한 뒤 동대문에서 옷들을 사와 대구에서 팔기 시작했다. 고교 3년 동안 단짝었던 '송서방'도 함께했다. 하지만 신통찮았다. 겨우 용돈을 벌어쓰는 정도였다. 유행에 앞서가는 옷을 잘 몰라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해준 것이 친구인 '코주부'가 연결해 준 '센스쟁이'와의 만남이다. 센스쟁이 송 씨는 일본 신주쿠, 오사카 등에서 유명 상표 옷들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직접 팔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판매량이 적어 큰 돈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4명이 만나자 시너지 효과가 났다. 각자 맡은 분야가 생기고 '버스 옷가게'라는 특이한 컨셉은 고객들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대박의 꿈에 부푼 시작단계. 하지만 수시로 버스를 들락거리는 호기심 많은 행인들을 보면 절로 희망이 싹튼다.

버스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무엇보다 불법 주정차 단속이 가장 무섭다. 주로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곳을 택하지만 가끔 주차 공익근무요원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옮겨다니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거리 앞 가게 주인들에게도 먼저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쫓겨나기는 마찬가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만남

버스를 타고 여행하듯 옮겨다니는 이들. '부비버스'란 좁은 버스 안 매장이 북적거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추는 춤 '부비부비(Boobi Boobi)'처럼 손님으로 가득 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버스 판매영업을 시작한 이들은 주로 대학가 학생들이 주요 타깃.

영남대(월), 대구가톨릭대(화), 대구한의대(수), 성서 계명대(목) 등 요일을 정해두고 대학가를 돌며 손님을 맞이한다. 아직은 "어머! 희한하다." "구경이나 하자!"는 등 신기해서 들러보는 고객들이 많다. 처음 이 버스를 구경한 서효임(18·선화여고3) 양은 "버스 자체가 신기하고 안에도 인테리어를 잘 해놨다."며 "유명 상표 옷이 시중가보다 싸고 색깔과 스타일이 깔끔하다."고 평했다.

부비버스는 오프라인 판매가 위주지만 온라인 판매의 강력한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부비버스'라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활발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센스쟁이'가 일본에서 구해온 감각있는 옷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좋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 버스에서 구경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들도 적잖다.

송 씨는 "혼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다 '부비버스'라는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니 더 많이 알려졌다."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하루 판매금액이 100만 원을 넘기는 게 꿈이에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이들의 꿈은 크다. "곧 2호 부비버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판매수익이 늘어나면 체인점도 구체화해 볼 생각이고요." 구미에서 출·퇴근하는 '똘갱스' 권 씨는 "젊은 나이에 도전해본다는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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