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고독한 예술혼/엄광용 지음/산하 펴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 지난 6일은 그의 50주기였지만 그 흔한 기념전시 소식마저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해 한국 미술계를 휩쓸었던 이중섭 위작 사건 때문. 미술사에 남게 될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작품 5점 등의 진위 여부를 놓고 관계자들이 맞고소까지 한 사건으로, 검찰은 해당 작품들에 대해 사실상 위작 판정을 내렸다. 그의 유명세 탓이기도 하지만 그의 신산스러운 삶과 그 작품의 운명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그의 생애도 고독했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도 그다지 평탄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은 50주기를 맞은 이중섭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1916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1956년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삶은 가난과 유랑으로 얼룩진 고단한 삶이었다. 이북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농 집안에서 태어나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는 그곳에서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를 만난 것이 의미 있는 유학길이었다.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부부는 해방을 맞아 월남, 부산으로 내려온다. 이후 부산, 대구, 통영, 진주 등을 떠돌다가 서울로 올라가 죽음을 맞았다. 피난 생활도중 가족들과 함께 잠시 제주도 서귀포에서 지낸 적이 있는 그는 행복했던 그곳에서 작품의 소재를 많이 얻었다. 아이들과 바닷가에 나가서 게를 잡기도 하고 아이들이 발가벗고 뛰노는 모습은 그의 작품의 단골 소재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소재는 황소. 그는 특히 황소를 좋아했다. 이중섭은 대구와도 인연이 깊다. 시인 구상과의 친분으로 대구에서 상당 기간 지냈기 때문이다. 부산과 대구를 오가며 친구 집을 전전했던 그는 대구에서 구상과 함께 최태응, 마해송, 최정희, 김요섭 등의 문인들과 어울려 다녔다. 부인과 아이들이 일본으로 떠난 뒤에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때 이중섭은 엽서에 짧은 글과 함께 그림을 그려넣기도 했다. 현재 위작 시비가 일고 있는 작품엔 이런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이 책에는 경주에서 석굴암 구경을 하다가 평양을 그리워했다는 일화가 실렸다. 고구려 고분 벽화를 떠올리며 자신의 작품 본향은 고구려 벽화에 있다고 밝힌다. 황소 그림의 꼬리 선이나 새 그림의 선을 모두 고구려 고분 벽화 속 그림에서 발견했다는 것. 그 작품 속 역동적인 선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중섭 관련 책만 해도 수십 권에 달하는 가운데 이중섭 50주기에 발간된 책으로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다. 이중섭 작품의 미술사적 의의나 작품의 현주소 등이 빠진 점이 아쉽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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