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지하드 발언' 이슬람권 공분 확산

입력 2006-09-15 23:31:24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지하드(聖戰) 발언'에 따른 이슬람권의 분노와 사과 요구가 로마 교황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파키스탄 의회는 15일 만장일치로 교황이 이슬람에 대해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 무슬림들의 감정을 상하게한데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도 타스님 아슬람 대변인 발표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14세기의 이슬람 논쟁을 인용한 교황의 발언이 "우리가 종교간 거리를 좁히고 대화와 이해를 요구해온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12일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집전한 야외 미사에서 14세기 비잔틴 황제인 마누엘 팔레올로고스의 말을 인용, "그(황제)는 '모하메드가 가져온 새로운 게 무엇인지 보여달라, 그러면 모하메드가 자신의 신념을 칼로써 전파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그런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만을 당신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면서 "그 황제는 지하드, 즉 성전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이 전날 '이슬람인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사태의 조기 진화에 나섰으나 이슬람권의 비난전은 정부, 정치권, 종파를 망라하며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집트의 비합법 대중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은 14일 발언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교황청과의 관계를 끊겠다는 위협을 가하도록 이슬람 국가들에게 요구했다.

이 단체는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지도자인 모하메드 마디 아케프의 발언을 인용, 교황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슬람권 전체에 분노를 촉발시키고 서방은 무엇이든 이슬람에 적대적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주장을 강화시켜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의 고위급 성직자인 아흐마드 하타미는 15일 테헤란 대학에서 열린 금요 기도회에서 "교황이 이슬람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면서 이런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무슬림은 교황의 말도 안되는 발언에 대응했으며, 앞으로도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국영 라디오 방송이 전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도 발언을 비난하면서 '이슬람 때리기'를 중단하라고 가세했다.

레바논 시아파 고위성직자인 아야톨라 모함메드 후세인 파드랄라는 "바티칸 채널을 통한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교황이 개인적으로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고,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바티칸 주재 자국 대사에게 바티칸 외무부를 찾아 해명을 요구하도록 지시했다.

터키 고위성직자인 알리 바르다코글루는 이번 발언이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며 편견이다"라고 분노를 표시하면서 "교황이 만일 타인에 대한 기독교 세계의 원한과 증오, 적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면 그때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 장해 오는 11월 예정된 교황의 터키 방문을 앞두고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시리아 수니파 지도자인 셰이크 아마드 바데레딘 하순은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발언이 "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신도들간에 지적, 문화적, 종교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인도의 종교간 화합을 도모하는 기구인 '국립소수위원회'의 하미드 안사리 위원장도 "교황의 언사는 마치 십자군 원정을 명령한 12세기 교황의 말처럼 들린다"고 비판의 대열에 동참했다.

영국이슬람위원회(MCB)는 "이슬람과 가톨릭 신도간의 화합을 위해" 교황이 발언을 해명하라고 요구했고, 아프가니스탄 외교부도 교황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집트 수도 카이로 외곽의 알-아즈하르 사원에서는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反) 바티칸 시위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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