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끔찍한 일이…" 공포의 하굣길

입력 2006-09-15 10:03:57

14일 오후 10시쯤. 딸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 하굣길을 함께 하려는 부모들의 얼굴 표정은 어두웠다. 모두들 치를 떨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없는 현 교육시스템이 문제"라고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냈고 표정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여고에 다니는 손녀를 마중 나온 박모(67) 할아버지.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집이 있지만 손녀 걱정에 함께 귀가하려고 교문 주위를 서성거렸다. 할아버지는"집으로 오는 길이 넓고 인적도 드물지 않으니 괜찮다고 아들이 말렸지만 불안해서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하나뿐인 손주인데 주책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이만 괜찮다면요."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혜화여고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모(52·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소식을 전해듣고 딸과 함께 집으로 오라고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왔어요. 가끔 딸 아이를 태워가긴 했지만 이제부턴 매일 와야겠습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 학교 경비인 김태영(67) 씨는 교문 밖을 나서는 여학생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부모가 데리러 온다며 학부모의 차가 학교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귀가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만류하고 나선 것.

"부모를 만난다 해도 학교 밖을 벗어나면 위험합니다. 부모와 만나는 걸 직접 보기 전까지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김 씨는 몹시 불안해했다.

대구 달서구 경화여고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김귀숙(44·여·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그동안 버스를 타고 귀가토록 했으나 오늘 소식을 들은 뒤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수능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매일 태우러 나올 생각입니다. 어디 불안해서 살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강주원(48·대구 서구 평리동) 씨는 직장일을 마친 뒤 곧장 직접 딸을 데리러 나왔다. 그는"어쩌겠어요. 고단해도 직접 마중 나오는 게 마음 편합니다."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정민·김태진·임상준·정현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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