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대한 관할권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고전하고 있다.
6주째 거듭되는 탈레반 반군과의 '혈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사회가 더 많은병력을 보내달라는 나토군의 호소에 냉담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12일 전했다.
나토 주도의 국제평화유지군(ISAF)은 2만 병력. 그 절반이 격전지인 남부에 배치돼 있다.
관할권이 이양된 후 나토는 병사 23명이 작전 중 숨지고, 항공기 추락으로 14명의 영국군 병사가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를 봤다.
영국군은 남서부 헬만드주에서 지구대를 사수하면서 연일 거듭되는 탈레반 반군의 파상공세에 맞서고 있다. 캐나다군을 중심으로 칸다하르주에서는 '메두사'라는 대규모 작전이 전개돼 지난 2주 남짓 500명이 넘는 반군이 사살됐으며, 미국 특수부대도 탈레반 거점으로 진격하는 등 개가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SAF는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요구하고 있다. 나토 최고사령관은 회원국에 2천500명의 증파를 촉구했다.
ISAF 사령관인 데이비드 리처즈 중장은 필요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탈레반이 유리해진다고 강조하면서 '자원이 많으면 다국적군의 사망자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병력을) 더 많이 가지면 (전쟁을) 더 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갈수록 절박한 호소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 군 병력과 장비를 보내기로 한 회원국들의 약속 가운데 85%가 이행됐으며, 실제 아프간에 병력이 도착한 국가는 11개국이다.
26개 회원국 전부가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만 전쟁터로 자국민을 내보내는 건 어려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아프간 남부에서의 임무는 주로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군이 떠맡고 있으며 2만병력인 미군도 작전지가 아프간 동부임에도 불구하고 공중작전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북부에 수천명의 독일군이 있지만 자체 교전 수칙상 남부의 전투에 참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참전에 따른 인명피해와 국내에서의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뒷짐을 지고 있다. 반전론자들이 '증파하면 전쟁에서 이긴다'는 논리에 의문을 표시하는 점도 작용한다.
당초의 임무는 아프간 정부를 도와 치안을 확립하고 재건 및 발전을 돕는다는 것이지만 탈레반 반군의 대담한 공세로 치안확립이 어려워지면서 초점은 사실상 '전쟁'에 맞춰지게 됐다.
벨기에에서 13일 열리는 나토군 긴급회의에서 회원국 대표들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병력을 증파하라는 압박을 받게될 전망이지만 회원국들의 외면으로 2천500 명을 '징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영국이 증파 부담을 떠안아 더 많은 군대를 보내야할 형편인데, 이는 만만치 않은 정치적 역풍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2일 국제사회가 취약한 아프간 정부에 대한 병력 지원을 포기한다면 "아프간 문제는 다시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며 나토 회원국들의 성의를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