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아시안게임 앞두고 훈련비 '대란'

입력 2006-09-13 08:03:29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두 달여 앞두고 태릉선수촌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37개 종목 대부분이 올 해 훈련비가 고갈돼 막바지 훈련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13일 선수촌에 따르면 볼링과 카누(레이싱), 사이클, 여자체조, 리듬체조, 하키, 조정 소프트볼, 스쿼시, 수구, 철인3종 등에 대해선 지난 8월에 이미 훈련비 지급을 완료했다.

또 육상과 수영 경영은 이달 중으로 훈련비 지급이 끝나고 양궁과 배드민턴, 역도 등도 10월이면 훈련비가 모두 바닥을 드러낸다.

따라서 12월1일 개막될 아시안게임을 코 앞에 두고 종목별로 1-2개월씩 훈련비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가 정부로부터 배당받은 국가대표 훈련비는 연간 150일치이지만 태릉선수촌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종목별로 차등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유력한 양궁과 유도, 사격, 역도, 남자체조, 쇼트트랙 등 13개 종목은 '중점 지원종목'으로 연간 210일치, 육상과 수영, 여자체조 3개 종목은 '정책 지원종목'으로 분류해 180일치 훈련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동.하계 올림픽 8위권 안팎의 여자배구, 남자축구, 하키 등과 볼링, 사이클, 승마 등 19개 종목은 '우선 지원종목'으로 150일, 기타 16개 종목은 '일반 지원종목'으로 120일치 훈련비를 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유망종목들은 대부분 180일치 이상 훈련비 지원을 받았고, 선수들이 쉬는 주말과 대회 출전일수 등을 감안하면 최소 8-10개월 이상 훈련이 가능했기 때문에 외형상 아시안게임 준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협회에서 1월부터 훈련비를 쉬지 않고 제공받아 정작 대회 개막 직전에 훈련비가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훈련비에 맞게 일정을 짠 게 아니라 지원금을 미리 받아 써 놓고 막상 아시안게임이 다가오니 대책이 없어진 것이다.

백현섭 태릉선수촌 훈련지원부장은 "선수촌은 배정된 훈련비를 제공할 뿐이지 경비에 맞게 훈련일정을 짜는 것은 해당 종목 경기단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한 체육계 일각에서는 올해는 국고지원 훈련비가 지난 해 105일에서 150일로 45일이나 대폭 늘어났는데도 각 종목별로 훈련비가 없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은 '살림을 잘못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태릉선수촌이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들에 두 달치 훈련비를 추가로 지원할 경우 27억9천만원, 1개월치를 더 주면 16억4천만원이 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리사 선수촌장은 "추가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거액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족한 훈련비를 태릉선수촌과 해당 경기단체들이 어떻게 메워갈 수 있을 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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