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대구시교육청 방과후학교 한마당 행사

입력 2006-09-12 07:18:37

'대구 방과후학교 한마당' 행사가 진행된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교육과학연구원 전시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 이경자(38·여·수성구 범물동) 씨는 디지털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각 학교 부스를 돌아보며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다.

이 씨는 마침 지봉초등학교 '꿈사랑 공부방' 부스를 꼼꼼히 훑어 보고 있었다. 꿈사랑 공부방은 맞벌이·저소득 가정 자녀를 인근 복지관과 연계해 야간(오후 5~8시)까지 학생들을 돌봐주며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는 프로그램. 매일 2~3명의 전담교사가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을 위한 '학력 책임제' '나도 100점'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 할 수 없이 동네 보습학원에 맡겨야 했다."면서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에게 꼭 보탬이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준다면 더 이상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대구시 교육청이 전국 처음으로 마련한 '방과후학교 한마당' 행사가 학부모, 교사들의 큰 관심 속에 지난 5~7일 치뤄졌다. 사흘간 1천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경북, 대전 등 타 시·도에서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장 개방을 9일까지 이틀 더 연장했을 정도.

총 50여 개 학교 부스마다 수업 동영상,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운영방식, 창의적인 공작물, 성공 전략 등이 소개됐다. 김도훈 봉화 내성초 교사는 "방과후학교 진행에 고민이 많았는데 이 곳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일부 학교의 운영 노하우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예산과 인력의 제약 속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우수 강사진 선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수업으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일지 등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들을 슬기롭게 대처한 사례들이었다. 권충현 시 교육청 장학관은 "잘 하는 학교의 노하우를 일반화시키자는 것이 행사의 취지"라고 했다.

교육부 지정학교로 선정된 동원중의 경우 대학생 보조교사를 활용한 멘토링을 적극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이 학교는 지난 3월 경북대 사범대학과 협약을 체결, 총 41명의 대학생이 각각 학생 2~3명과 멘토링을 맺게 하고 수준별로 국어·영어·수학·과학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들도 '독서논술' '기초토익' '필라테스' '중국어 회화' 등 총 20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외부 강사와 멘토링을 맺어 수업의 질을 관리하고 있었다. 김은주 교사는 "학생과 강사의 친밀감이 높아지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했다.

덕성초교 보육교실도 눈길을 끌었다. 저소득 가정 자녀중 21명을 선발, 월 1만 원의 간식비만 받고 오후 5시까지 수업을 진행한 것. 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수업에서 학습지·교과 위주가 아닌 놀이·탐구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황명하 담당교사는 "6개월만에 학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이 1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성동초교는 외부 기관의 도움을 적극 활용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가 학력증진과 소질개발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복지관, 독서논술클럽, 교육대학 예비교사와 연계, 보육·보충학습을 맡도록 했다. 병원, 보건소, 수련관 등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의 학습장애 문제나 영재성 등을 진단해 반 편성에 활용했다.

하지만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교사·학부모들 가운데는 현행 방과후학교에 대한 쓴소리도 터져 나왔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독려로 시작은 했지만 교사들의 부담이 만만찮고 사교육비 경감효과도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특기적성 수업을 하려면 하루 평균 13개 정도의 교실이 필요한데 미술실, 과학실을 빼고 7개에 불과해 수업을 마치면 교실 비워주기 바쁘다."며 "지난 여름방학 때는 에어컨도 없는 교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방과후학교가 평등교육 차원에서는 좋은 취지지만 학교에만 일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도 "본 교육과정 이외의 일로 생각하다보니 교사들조차도 방과후학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지기 쉽고 학생들이 청소활동에 빠지는 등 학급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 전담 보조사무원을 채용할 수 있는 예산과 담당 교사들에 대한 수당도 지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지만 아무래도 외부 학원에 비해 강사당 학생 비율이 많고 수준별 수업도 진행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평등에만 너무 중점을 두지 말고 수업의 질 개선과 다양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