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초 한국에서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당시 대회에서는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 출신이었던 미스코리아 중국 진(眞) 조선족 한영(21)씨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
비록 본선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김일성대 졸업생이 미스코리아 본선 무대에 섰다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한영씨는 중국 단둥(丹東)에서 가수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또 한번의 비약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한영씨는 조만간 한국에 들어가 본격적인 가수 수업을 쌓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은 한영씨에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 셈이었다.
한영씨의 최종 목표는 중국에서 최고 인기가수로 당당하게 성공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실력을 키워 가수로 성공할 수 있으면 중국에서는 100% 성공할 수 있어요. 많은 중국 가수들이 '한류'를 모방하고 있지만 실력이나 무대매너에서 차이가 많거든요."
그는 장나라와 유승준을 중국에서 성공한 한류 가수로 꼽았다. 특히 유승준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다.
화제를 돌려 한영씨에게 김일성대 재학 중의 추억을 되살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라서 외국 유학생들끼리 어울려 가끔 고기를 사다가 구워먹는 일 외에는 놀거리가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공부 밖에 할 게 없었어요. 다른 복잡한 생각없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유학 생활이 오히려 편안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학사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김일성대에 다니면서도 한영씨는 1년에 1번씩 열리는 외국 유학생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 노래도 부르고 사회도 보면서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1학년 때인가 무대에 올라 조선(북한) 노래 '준마처녀'를 부른 적이 있어요. 그 노래가 젊은층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북한 노래 '준마처녀'와 이수영의 노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한영씨. 조선족 동포로서 한국과 북한을 모두 체험할 수 있었던 그에게 남북 분단의 현실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김일성대에 다닐 때 판문점을 견학한 적이 있었어요. 선을 하나 두고 같은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현실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한국에서 열린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했을 당시 인터넷에 김일성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빨갱이'라고 지칭한 글이 올라 왔을 때도 한영씨는 남모를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한영씨는 "제가 진짜 북한 사람이라고 해도 '빨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그분들의 자유라고 존중해서 일일이 대응은 하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그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자신의 모든 소망이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그 소망 중에는 한국과 북한의 문화교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포함돼 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가수를 꿈꾸고 있는 자신에 대해 당시 선생님들과 동료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물었다.
"기숙사에 있을 때 저를 많이 챙겨주고 도움을 줬던 동숙생 경민 언니와 지도교원이셨던 조금화 선생님이 지금도 많이 생각나요. 제 소식을 들으시면 그분들도 굉장히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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