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의 돈. 뭘 할까? 괜찮은 청바지 한 벌 살 돈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실속파 여성들에겐 적지않은 돈이다. 이들은 싸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골라 가치를 높인다. 프라브족(PRAV. 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가격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실속파)이라 자부하는 유희정(24.여.회사원) 씨를 통해 값싸면서도 합리적인 패션 연출법을 엿봤다.
5일 오후 3시.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온 유 씨에게 쇼핑비용으로 단돈 5만원을 건넸다. 잠시 망설이던 유 씨는 이내 대구시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메트로센터로 향한다.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선택의 폭은 넓다며 자신있는 표정이다.
유 씨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중앙 분수대 인근의 중저가 옷 판매 전문점. 민소매 셔츠 4천900원, 반바지 6천900원 등 로스리더(Loss Leader.원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 상품들이 젊은 실속파 여성들을 유혹한다. 2만~3만 원대의 옷을 원한다고 하자 판매 담당자가 원피스를 비롯 여러 가지 옷을 추천해준다. 20여분 둘러본 끝에 유 씨가 선택한 옷은 베이지 색 면바지 1만5천900원, 바지와 잘 어울리는 조끼가 달린 상의 1만4천900 원이었다.
옷을 사자 이내 신발을 찾아다녔다. '신발 6천 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매장에 들어서자 제법 고를 게 많았다. 2백여 켤레가 전시돼 있었는데 대부분 6천 원. 유 씨는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서 갈등하다 옷과 어울리는 흰색을 택했다.
이젠 몸을 치장해야 할 때. 유 씨는 이내 액세서리 전문점으로 향했다. 'All 1천 원'이란 간판이 유달리 커보인다. 가게 점원에게 이 옷과 어울리는 목걸이, 팔찌, 머리띠를 사고 싶다고 하자 코디네이터처럼 2, 3개 중 하나를 고르라고 추천한다. 10여 분만에 검은색 머리띠, 유럽풍 목걸이, 인도풍 팔찌를 골랐다. 각 1천 원씩 3천 원이 들었다. 대구 도심 동성로에서 산 귀걸이는 단돈 600원.
서서히 패션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직은 돈이 남은 관계로 손가방과 손목시계를 사기로 했다. 손가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생활용품 전문점 앞 매장에 전시된 손가방들은 모두 5천 원이다. 단색 톤의 옷이라 밝은 무늬의 손가방을 찾다 단아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색 단색 짧은 손가방을 택했다. 아직 5만 원을 초과하지 않았다.
이젠 손목시계로 패션을 마무리할 때다. 5천 원, 1만 원으로 구분된 테이블에 시계들이 쭉 널려있는 가게로 들어섰다. 1만 원짜리가 더 좋아보였지만 예산관계상 5천 원 테이블에서 은색의 슬림한 걸로 골라 왼쪽 손목을 돋보이게 했다.
쇼핑은 1시간여만에 끝났다. 유 씨가 지출한 돈은 모두 5만400원. 400원이 초과됐다. 하지만 만족한다. 누가봐도 50만 원짜리 패션이라 자부할 만 하다.
유 씨가 값싼 옷을 찾는 건 돈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유 씨는 덧붙인다. "잘만 고르면 저렴한 제품을 파는 가게에서 금싸라기 옷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허영에 들뜬 '된장녀'보다 실속있는 '프라브족'이 더 낫지않을까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