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소비자' 스포슈머가 뜬다…마케팅 경쟁 가열

입력 2006-09-09 07:38:14

주 5일 근무 확산과 웰빙의 영향으로 여가시간에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굵직한 세계적 이벤트들이 연이어 열렸던 올해는 특히 스포츠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덩달아 스포츠 관련 매장 매출도 늘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스포츠매장의 경우 올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6.9% 신장율을 보이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점 권순규 스포츠파트 매니저는 "수영, 마라톤, 축구, 인라인 스케이트 등을 풀세트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점으로 미뤄 단순히 일회성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니아로 형성된 고객들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슈머를 잡아라

'스포슈머'(sposumer)는 스포츠(sports)와 소비자(consumer)를 조합한 단어로 스포츠 관전 및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스포츠 소비자를 일컫는다. 얼마 전 한 광고기획사가 수도권에 사는 17~5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1.5%)이 '스포슈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스포츠 관련 소비 증가세. 지난 2003년 문화관광부의 조사 당시 1인당 스포츠 활동 지출액은 연평균 20만 5천100원으로 한달 1만 7천 원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소비액은 월 5만 원을 넘어섰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아울러 제대로 된 스포츠 용품을 사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 이들은 신발 한 켤레, 티셔츠 한 벌을 사더라도 소재와 기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고른다.

유통업체와 스포츠 브랜드마다 이같은 알짜배기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롯데 대구점 아웃도어 매장에서는 분기별로 고정 고객들을 초청해 '롯데 등산 동호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 분기별로 5개 브랜드의 고정고객들을 초빙해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 등 명산들의 등산에 필요한 차량과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전국의 마라톤 동호회와 연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구에서는 동구 육상연합회 등 8개 동호회와 연계돼 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과 수성점 등산매장도 브랜드별 우수고객을 선발해 매월 전국 유명산을 산행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아침식사 및 간식까지 무료로 제공하며, 등반행사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구매시 추가 할인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등반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자체 동호회나 산악회를 만들어 우수 고객이 되기도 한다. 대구백화점은 매년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여름철에는 래프팅 체험, 가을에는 등산, 겨울에는 스키투어 등을 진행한다. 또 스포츠와 관련된 정보를 주기 위해 지난해 대백 본점 그린홀에서 전문 산악인을 초청해 등산학교 특강을 마련했고, 올해도 10월 말 쯤 특강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용품도 전문화&기능화

마라톤화는 연습용과 경기용으로 구분된다. 경기용은 평균 수명이 800~1천200㎞ 인데 비해 연습용은 평균 1천600~2만 4천㎞에 이른다. 스포츠매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습용만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던데 비해 최근 들어서는 고가의 엘리트코스형 마라톤화를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경기용은 초보가 6만~7만 원, 아마추어 10만~12만 원, 엘리트 코스형은 13만~19만 원선이다. 아식스 '타사 재팬'은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라톤화. 가격이 19만 원에 이르지만 바닥을 특수처리해 발과 다리에 부담을 덜어주고, 동양인 발에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등산용품들도 단순히 등산배낭만 배고 산에 올라가는 시절은 지났다. 미국 NASA의 우주복 소재로 히말리아나 극지 탐험용으로 쓰이는 고어텍스 자켓은 없어서 못 팔 정도.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고어텍스까지는 필요없지만 소비자들은 보다 고기능 제품을 원하고 있다. 신축성이 뛰어난 스판바지, 땀 흡수 및 방출이 뛰어난 쿨맥스 티 등을 일괄 구매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심지어 일부 고객들은 스판바지, 코어자켓, 쿨맥스로 이루어진 등산복은 기본세트라고 생각한다. 가격은 평균 70만~80만 원.

아울러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일반 트레이닝복이나 헬스장에서 지급하는 옷을 입고 운동하던 모습이 최근 들어서는 전문트레이닝복이나 요가복, 재즈복으로 바뀌었다. 롯데 대구점 나이키 매장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헬스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된다. 이곳 관계자는 "특히 여성전문 헬스복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몸매가 좀더 섹시하게 드러나도록 몸에 착 붙는 옷을 선호한다."며 "단순히 운동하기 편한 것 뿐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패션 효과까지 감안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 구분, 없어요

자신이 열중하는 스포츠 분야의 스타를 따라하는데는 세대 구분이 없다. 한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테니스 요정인 마리아 샤라포바가 입었던 테니스복과 동일한 디자인의 테니스 전문복이 여성 테니스 마니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벌에 12만 원이 넘지만 가격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야구 마니아들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유니폼에 열광한다. 티셔츠 3만 9천 원, 모자 2만 8천 원으로 동일 상품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인기가 높다. 인라인 스케이트 전문업체인 K-2매장에는 최근 40대 이상 중년 부부 고객이 크게 늘었다. 관절운동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언론보도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인라인 스케이트를 찾는 중년이 많아졌다는 것. 이에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도 기존에 80㎜였던 둘레가 100㎜로 넓어졌다. 바퀴가 넓어질수록 속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중년에게 인라인 스케이트가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주로 중년층에서 인기가 많던 등산이 요즘 20~30대의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등산용품들의 디자인과 색상은 점차 화려하고 캐주얼화되고 있다. 등산용품 전문점 관계자는 "소비성향이 강한 30대가 등산용품 주고객층으로 흡수되면서 고가의 기능성 제품 매출도 따라서 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타깃 마케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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