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5층에 사는 주부 이민아(30·대구 북구 서변동)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차량들의 소음 때문에 새벽마다 한 두번은 잠에서 깬다. 이 씨의 아파트가 지하차도와 고가도로가 교차하는 대로변에 접해 있기 때문.
지독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엔 고통스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에도 창문을 열 수 없다. 이 씨는 "특히 새벽시간과 출·퇴근 시간엔 창문을 열기 겁 날 정도로 시끄럽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신천대로변 대봉 지하차도와 인접한 아파트 9층에 사는 김모(34·대구 남구 이천동) 씨 사정도 다르지 않다. 문을 열면 가족들과 대화하거나 TV를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것.
김 씨는 "신천대로의 다른 지점보다 지하차로 인근이 더 시끄러운 것 같다."면서 "무더위에 문을 열지도 못하고 지내는 게 고통스럽다."고 했다.
지하차도 진·출입구 주변의 차량 소음이 일반 도로변보다 훨씬 더 시끄러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오는 2009년 대구 수성구 황금 네거리를 동서로 관통하는 지하차도가 완공되면 인접한 롯데화성캐슬골드파크(4천256세대) 입주민들이 심각한 소음 피해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재진은 지난 5일 오후 상가나 아파트 밀집지역에 위치한 대구시내 지하차도 5곳의 진·출입로에서 소음측정을 했다. 그결과, 소음 측정치는 환경부 기준인 65dB를 훌쩍 넘는 73.1~77.9dB를 기록했다.
대구 남구 대봉지하차도가 77.9dB로 가장 높았고, 매천시장 지하차도가 다소 낮은 73.1dB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소음 환경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대구 북구 서변지하차도 인근 W아파트 15층과 남구 이천동 대봉지하차도와 인접한 Y아파트 9층에서 소음을 측정해 보니 W아파트의 경우 67.2dB, Y아파트는 이보다 더 심한 68.7dB를 기록했다.
두 집안 모두 도로변 주거지역의 소음환경 기준치인 65dB(주간)을 초과한 것. 이는 올 상반기 환경부가 대구시내 도로변에서 측정한 일반주거·준주거지역 소음 측정치인 68dB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
지하 차로가 이처럼 시끄러운 것은 자동차 소음이 지하차로 옹벽에 막히면서 확산되지 않기 때문. 소리가 퍼지지 못하고 머물면서 소음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는 것.
황응주 대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하차로 인근은 자동차 소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수목 구간이나 방음벽 외에는 큰 대안이 없지만 황금지하차도의 경우,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 힘들어 소음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소음공해에 노출되면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정서 불안이나 초조 등의 신경장애는 물론, 수면장애로 인해 혈압 상승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소음이 40dB 경우, 깊은 잠을 잘 수 없고 50dB는 호흡·맥박수가 증가하거나 계산력이 떨어지며, 60dB부터는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영 경북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70dB 정도의 소음은 짜증이나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간 계속될 경우,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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