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은 조선 중종(1543년)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세운 백운동 서원에서 비롯됐다. 일종의 사립교육기관으로 공립교육기관인 향교의 쇠퇴와 사림의 성장을 바탕이 됐다. 풍수지리에 준해 터를 잡아 풍경이 아름답고, 조용한 곳에 위치해 교육과 출판, 도서관 역할을 했고 향리 여론수렴의 장이기도 했다.
◇은행나무는 공자의 학문장소 의미
서원 배치의 전형은 서원목(은행나무)-루대-강당-내삼문-사당을 기본으로 강당 앞에는 좌우에 학생 기숙공간 동서재 및 제기고, 장판고, 전사청으로 구성된 전학후묘(강당이 앞, 사당이 뒤) 구조를 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사실에 근거해 공자의 학문을 배우는 장소를 의미하며, 민간에서는 은행알처럼 많은 선비를 배출하라는 함축성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도동서원은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풍기 소수서원, 안강 옥산서원과 더불어 5대 서원의 하나로 일두 정여창,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과 더불어 정암 조광조의 스승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선생은 단종을 폐위시킨 세조를 비방한 이른바 '조의제문'으로 일어난 무오사화와 연산군 생모 윤씨 폐위가 동기가 된 갑자사화로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았으며 훗날 연산군이 권좌에서 축출되고 중종 즉위 후 조광조가 중심이 되어 신원되었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북향한 도동서원은 성주 회연서원에서 제향받는 선생의 외손자 대유학자 한강 정구가 심었다는 은행나무를 기준으로 은연중 질서가 보이는 석축 위에 엄격한 질서와 위계, 장엄 공간인 서원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움이 허용된는 공간 수월루가 있다.
◇ 몸 낮추고 들어오지 않으면 넘어져
환주문(喚主門)은 주인을 부르는 문이다. 단 칸 사모지붕(지붕 평면이 정사각형)에 장식용 기와 절병통(사찰에서는 관음보살의 지물인 정병으로 표현)으로 마감한 작고 앙증맞은 문이라 아무리 지체 높은 양반도 고개를 숙이지 않거나, 거드름을 피우면 출입이 곤란하며, 문턱을 대신하는 돌꽃봉우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몸을 낮추어야 한다. 하지만 숨은 뜻은 마음을 돈독히 하라는 경계의 의미일 것이다.
바람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물로 지정된 낮은 담장은 막돌 기단에 흙과 음(陰)을 상징하는 암키와를 차례로 올린 후 지붕을 덮었으며 중간중간 일정하게 양(陽)을 상징하는 수막새를 넣어 아름다움과 음양의 조화를 표현하였다.
중심 영역은 강학 공간 중정당이다. 유생의 기숙 공간 동서재를 내려보며 가운데 육칸 대청, 좌우에 선생님 기숙공간 방이 딸린 중정당은 맞배지붕이며, 양측면에 돌쪽마루를 달았다.
고건축에서 흔히 기둥 밑이 하얗게 탈색된 것을 볼 수 있다. 그 까닭은 습기 방지를 위해 소금을 다져 넣었기 때문인데, 중정당 기둥 상부에는 오현중에 한훤당이 으뜸이라는 상징으로 하얀 문종이가 둘러져 있다.
◇ 돌거북 '스승의 길 침범 말라'
동재 거인재(居仁齋)와 서재 거의재(居義齋)는 유교의 오상을 표현한 현판이다. 즉 동은 인(仁), 서는 의(義), 남은 예(禮), 북은 지(智), 중앙은 신(信)이다. 서울 사대문의 옛이름도 동대문은 흥仁지문, 서대문은 돈義문, 남대문은 숭禮문, 북대문은 홍智문(후에 숙정문), 중앙은 보信각이다.
기단 아래에는 제법 무서운 모습의 거북이 있다. 강학 공간 중정당 마당에서는 뛰어 다니지 말고 조용히 하라는 경계, 또는 스승이 다니는 길을 침범하지 말라는 의미의 형상물이 아닐까?
눈을 즐겁게 해주는 중정당 기단을 보자. 미술학도 눈에는 중정단 기단이 몬들리안의 추상화(?)로 보이고, 민속학자 눈에는 자투리 헝겊을 짜깁기한 보자기로 보인다고 한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이키 로고는 고구려 벽화 사신도 현무를 도용한 것 같고, 코카콜라 병은 여인의 몸매를 모방했다지만 그건 참외문양 고려청자와 비슷하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역시 미륵반가유상을 리모델링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용머리는 낙동강물 범람 비보책
기단의 네 마리 용머리는 서원 앞 낙동강물이 회돌이 쳐서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보책으로 물의 신 '용'을 조성하였다.
기단부 좌측 계단에는 오르는 다람쥐가, 우측 계단에는 내려오는 다람쥐가 각각 표현된 이유는 서원, 향교, 사당 등 삼문이 설치된 곳에서는 동입서출(東入西出)의 질서를 준수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료대는 야간 행사 때 불을 밝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마당에 설치되는데, 도동서원 정료대는 기단 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봄가을 제례에 받칠 짐승 검사대인 희생단도 보인다.
내삼문을 통과하면 제향 구역인 사당으로 봄가을 제례 외에는 늘 닫힌 공간이다. 그러나 옛 선현들의 걸음을 거울삼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답사코스가 분명하다.
임병기(답사카페 cafe.daum.net/moonhawje 운영)
작성일: 2006년 09월 06일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