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가 파행을 겪게 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로 이미 3년여 동안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이던 전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관련 법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이같은 파행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
야당의원들 주장의 핵심은 지난해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 발의로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돼 종전과 달리 헌법재판관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는데 청와대가 전 후보자의 6년 임기 보장을 위해 현직에서 사직시키는 등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즉 현직에서 사퇴해 민간인 신분인 전 후보자는 우선 헌법재판관으로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별도의 헌재소장 청문회를 받아야 하는데도 청와대가 곧바로 국회 특위에 청문을 요구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7일 전날 파행 끝에 국회 인사청문회가 재개됐지만 야당 의원들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주성영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미 사표가 수리돼 민간인 신분인 전효숙 전 재판관은 국회법이 규정하는 인사청문특위의 청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청와대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해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며 "전 후보자는 헌법이 규정하는 헌재소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주호영 의원도 이와 관련해 "솔직히 청와대가 엉망이다. 여당의원 발의로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돼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관련 법규정도 모른 채 전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요구했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전 후보자를 그대로 헌재소장에 지명하면 되는데 6년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편법을 쓴 것 아니냐?"며 "청와대가 코드인사를 위해 서열과 경륜을 무시하고 전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6일 전 후보자가 자신의 헌법재판관 사직이 청와대와의 사전조율에 의한 것이라는 답변을 해 야당의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헌법재판관 사직에 노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대통령이 그리 판단했으니 사표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할 헌재소장이 벌써부터 대통령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데 어떻게 중립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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