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의 '프로포즈'…지역 무소속 단체장 구애작전

입력 2006-09-05 10:24:51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경북의 기초단체장들을 상대로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

공교롭게도 만나는 단체장들은 이태근 고령군수, 박영언 군위군수, 김복규 의성군수, 정윤열 울릉군수 등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 4명이다.

이 특보는 5일 오후 대구 모 호텔에서 '정책현안 간담회'를 갖고 이들과 '공개적'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 특보는 5·31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에는 이들을 '비밀리'에 개별 접촉했었다.

이날 이 특보는 "건설교통부 예산 협의 과정에서 빠진 동서 6축(상주-영덕) 고속도로 내년도 사업비 40억 원을 기획예산처 예산 배정 때 반영했고, 국비 50%가 지원되는 울릉 일주도로의 국지도(국도 및 지방도) 승격도 해당부처인 건교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의성군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설치사업비 등 4개 군의 주요 현안사업 예산 확보에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특보는 이날 4개 단체장들이 요청한 58개 사업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정부 측에 지원을 요청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정책간담회에 대해 지역 정가는 순수히 지역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특보 측은 이날 자리가 마련된 배경에 대해 "경북의 무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이 특보를 초청,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모 군수는 "무소속의 기초단체장 능력으로는 정부 예산받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이 특보와의 회동 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방선거 후 이 특보 측에서 여러 번 도와주겠다고 접촉해 왔었다."고 설명했다.

이 특보는 지난해 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대구·경북에 여권의 기반을 심으려 노력했지만 단 한 명의 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에 완패했다.

여권 내 대구·경북 수장 격인 이 특보의 정치 기반이 무너져 버린 것. 지방선거 직후부터 바로 지역의 무소속 단체장들에게 달려가 선물보따리를 풀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특보 측은 이번 정책간담회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향후 예상되는 여권의 정개개편을 앞두고 자신의 역내 정치기반을 다시 다지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특보는 무소속 단체장 접촉에 그치지 않고,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을 상대로 물밑 행보를 넓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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