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잖아!"…새 아파트 '불협화음' 잇따라

입력 2006-09-05 08:56:03

입주민·시공사 마찰…본사까지 방문 항의 집회

주부 최모(44) 씨는 지난 2일 새로 살집을 구경하기 위해 수성구 범어동 신축 A아파트를 찾았다가 기겁을 했다.

"입주자 사전점검 한다기에 가봤는데 가관이더군요. 페인트가 덕지덕지 붙은 엘리베이터 내부는 둘째치고, 집 안에도 신문지와 박스가 깔려있고, 대리석은 금이 간 상태에다 나무 벽에는 못을 뺀 흔적이 어찌나 많던지. 아직 공사도 덜 끝난 아파트에 불러놓고 무슨 점검을 하라는 건지…."

집 밖으로 뛰쳐 나온 최 씨는 기대와 달리 사전점검에 따른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다음달 1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제때 입주가 안 되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며 "시공사는 물론 아파트비대위도 조금씩 양보해 원만한 방향으로 이야길 해 입주자들에게 피해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올 추석이 걱정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최근 대구시내 일부 신규 아파트에서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와 입주민 간의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입주민들은 완성된 아파트가 분양 당시의 모습과 다르다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가 하면 시공사는 입주민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며 맞서고 있는 것.

범어동 A아파트의 경우 다음달 1일이 입주 예정일이지만 늦잡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3일 동안 아파트 사전점검을 한 입주민들이 "분양 때 소개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아파트를 지어놨다."며 준공승인 불가를 외치고 있기 때문.

아파트비대위 한 관계자는 "준공승인을 연기해 입주가 늦어지면 입주민인 우리가 피해보는 것은 당연한데 얼마나 속이 타면 이러겠느냐."며 "시공사 측은 일단 준공승인이 난 뒤 모든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말을 또 어떻게 믿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분양 당시 시공사만 믿고 전 재산을 맡긴 입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시공사가 약속을 지키겠다는 법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만일 약속을 어길 경우, 준공승인 불가집회는 물론 잔금납부 거부운동까지 벌일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수성구 황금동 롯데·화성 캐슬골드파크 아파트도 분쟁이 숙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시공사 측이 시공 전 달서구 용산 롯데캐슬아파트보다 30% 이상 시설개선을 약속했지만 낫기는커녕 더 못하다."며 서울 롯데건설 본사까지 방문하는 등 연일 항의 집회에 나서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아파트 시공사들은 "설계도대로 공사를 진행했는 데다 요구 사항이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어떻게 개개인의 욕구를 다 충족해줄 수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범어동 A아파트 시공사 한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이 이미 요구한 23가지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수성구청의 중재 하에 지난달 24일 합의를 한 뒤 25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추가로 다른 부분에 대해 요구를 계속하고 있어 협의를 해야겠지만 힘든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롯데·화성건설 측도 "입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를 하는 등 서로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해명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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