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 어릴 때부터 배워야죠."
전통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방과 후에 학원으로 흩어지는 아이들을 다잡는 건 둘째 치고라도 전통 수업을 가르칠 만한 수고를 쏟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악명문'이라는 명성을 수 년째 이어가고 있는 대구 태전초등학교는 국악을 통한 전통문화 익히기로 큰 성과를 얻고 있다. 태전초는 지난달 26일 영동군 난계국악당에서 개최된 '전국난계국악경연대회' 초등부문에 출전, 퓨전국악인 '아름다운 인생'을 연주해 우수상(2위)을 수상했다. 전국대회 처녀 출전 임을 감안하면 1등 못지않은 2등이다.
"전통이 소외받고 있지만 목표의식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것에 대한 교육이 가능합니다."
태전초 국악관현악단을 이끈 진광현(29) 교사는 "학교 차원에서의 관심이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겸손해 했다. 진 교사는 2004년부터 이 학교 국악관현악단 지도해 왔다.
이 젊은 교사가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대금 소리가 너무 좋았다고 할까요? 나중에 학교에 나가면 꼭 국악지도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진 교사는 교육대학 심화과정에서 대금을 특기로 선택했다. 차분하면서도 청아한 소리가 양악기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1999년 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된 이래 왕성한 국악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라는 생각에 선뜻 태전초로 옮겼지만 관현악단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타악기 등 악기 가짓 수만 10개가 넘습니다. 관악기는 어느 정도 가르칠 수 있지만 현악기는 저 역시 젬병이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러 오는 외부강사들에게서 하나 씩 배워갈 수밖에 없었지요."
매년 단원 상당수가 바뀌다보니 초보인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것 역시 큰 일이었다. "국악 현악기는 특히 어려워요. 특히 두 줄 악기인 해금 '음감'이 절대적인 것 같아요. 전적으로 자기 귀에 의존해서 연주를 해야 한다는 거죠."
진 교사는 이런 부담감 속에서도 부임 첫 해 대구시 교육청 주최 '초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 나가 '축제'라는 곡으로 최우수상을 탔다. 이듬해는 '신모듬'이라는 곡으로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아침 자습시간과 점심시간을 쪼개 하루 1시간 가량 연습을 했다."며 "방과후 특기적성 시간을 이용한 국악 교실도 단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눈으로만 보던 국악기를 두드려보고 튕겨보고 부는 일은 아이들에게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저고리나 치마 등 전통복식을 입어보는 일도 국악관현악단원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태전국악관현악단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초청공연으로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1학기 때는 칠곡 지역 전통놀이 한마당 축제 사전행사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고, 학부모 연수회 때 초청되기도 했다. 요즘은 연말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정기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진 교사는 "현재 국악이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30~40대가 우리 것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결과"라며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10년, 20년 후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인식이 훨씬 나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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