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날려버린 성보학교생들의 '천만불 짜리 미소'

입력 2006-09-02 09:20:11

'백만불짜리 다리'를 가진 초원이는 영화 속에만 있지 않았다. 장애를 딛고 홀로 선 수많은 장애아들은 모두 영화의 주인공이다. 지난 달 28일 정신지체아 특수학교인 대구성보학교(교장 권영탁)에서 만난 초원이들은 '천만불 짜리 미소'를 보여줬다.

"개교 이래 최고의 성적이에요. 메달의 색깔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최영호 성보학교 체육교사는 지난 달 20~23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 캠퍼스에서 열린 '2006스페셜 올림픽 한국대회'에서 메달을 딴 제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대견해 했다. 스페셜 올림픽은 미국에서 창시된 정신지체인들만을 위한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 김진호(중2) 군은 아동부 육상 400m 1위, 김형준(고2) 군은 청소년부 200m·400 m 1위, 김미소(중2) 양은 청소년 여자부 200m 2위, 서진호(고1) 군은 청소년부 배드민턴 단식 1위, 최준섭(고1) 군은 청년부 배드민턴 단식 1위, 서양희(고2) 양은 탁구 복식·단식 1위를 차지하는 등 출전 선수 대부분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의 환한 웃음 뒤에는 한여름 뙤약볕을 이겨낸 고된 훈련이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힘든 체력 훈련을 하는데는 강한 인내가 필요했다.

최 교사는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찍 등교, 학교 운동장을 달렸고 대회가 임박해서는 오후에 학교앞 강변을 달리기도 했다."며 "때로 제자들을 혹독하게 다뤄야 하는 게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영영 홀로설 수 없다."고 말했다. 탁구대 위에 우유팩 올려 놓고 맞추기 등 특수훈련도 필수. 하루에 300~400개씩 스매싱, 드라이브 연습을 했다.

성보학교 선수들의 실력은 이미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상대 팀이 아예 출전선수를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 서양희 양은 더 이상 탁구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어 이달 울산에서 열리는 '26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는 배드민턴 선수로 출전할 생각이다.

서 양은 "배드민턴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서 양은 두 팔이 불편한 동급생의 식사를 돕는 '천사 학생'으로도 교사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김형준 군은 "학교 앞 언덕 위를 달려야 할 때가 힘들었다."면서도 "마음껏 달리고 나면 다리 힘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어눌하지만 밝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

최 교사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상존해 있지만 그것만 탓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면서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값진 땀을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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