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불나방 공습' 경북도내 가로수가 죽어간다

입력 2006-09-02 09:44:01

경북도내 가로수들이 흰불나방 애벌레의 공습으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긴 장마에 이은 장기폭염으로 가로수에 기생하는 흰불나방 유충이 이상증식하면서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의 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바람에 나뭇잎은 거미줄 같은 앙상한 뼈대만 남은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포항의 경우 육거리∼형산로터리, 오광장∼형산로터리, 단지삼거리∼신기동 삼거리간 등 도심과 공단지역을 가리지 않고 시 전역에서 흰불나방 피해가 발생, 5천 그루가량이 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한 공단지역에서는 현대제철 등 업체들의 제품 야적장에까지 애벌레떼가 기어들고 있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애벌레 때문에 근로자들이 걸어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다.

또 애벌레가 차량 타이어에 깔려 죽으면서 도로가 지저분해지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말라들어 벌써 단풍이 든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는 등 도시미관도 크게 해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긴급 방제에 나섰으나 통행인의 불편과 피해 등을 우려해 약 농도를 낮게 하거나 인적이 드문 밤 시간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어 방제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미 1, 2차례 방제작업을 한 곳에서도 애벌레가 재발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포항시 도시녹지과 김경현 씨는 "유충의 번식력이 워낙 왕성해 '디프수화제' 같은 강한 살충제를 뿌려도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천의 경우 고경면 도암리와 화룡동 오미삼거리 일대의 배롱나무 2천여 그루와 왕벚나무 3천여 그루에 흰불나방 유충이 이상 번식, 피해를 입었다. 또 올 여름 몇차례 전국 최고의 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던 의성 역시 6, 7월 두 차례에 걸쳐 흰불나방 방제를 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의성군 산림과 김규섭 씨는 "올 여름 긴 장마 이후 고온다습한 기온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예년에 비해 도로변 가로수와 학교, 관공서 등지의 포플러와 버즘나무 등에 흰불나방 등 해충의 피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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