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사행성 게임으로 시끌하다.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를 파괴하면서 혼자만 몰래 즐기는 것은 도박이다. 하지만 살짝 눈을 돌려보자. 주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얼마든지 있다. 건전한 놀이 문화를 즐기는 가족과 대학생들을 통해 이들에게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때문'.
◆게임, 여행에 빠진 가족
이성준(39.미술학원 운영) 씨는 매일 오후 6시쯤이면 집에 도착해 있다. 사랑스런 두 딸 혜진(11.영신초2), 채영(9.영신초2) 양과 아내 이현정(37) 씨와 함께 노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 이 씨 가족은 저녁을 먹고 부동산 거래 게임 '모노폴리(Monopoly)'를 시작한다. 두 딸은 '이걸 사면 좋아?', '나중에 얼마를 받을 수 있어?' 등 궁금한 질문을 쏟아내며 경제교육까지 한다. 옆에서 할머니 정손득(64) 씨도 거든다. "당장 돈이 없으니까 나중에 사!"
이 씨는 이렇듯 집안에서 각종 게임을 즐긴다. 대표적 보드게임인 부루마불을 비롯해 카터라이더(Crazy Arcade), 우노(UNO), 자석놀이 등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이 준비돼 있다. 아내 이 씨는 "멀리 놀러 나갈 필요가 없다."며 "남편이 일찍 들어와 자녀들과 놀아주니 집안이 화목하다."고 했다.
두 딸의 개인기 역시 가족들의 청량제같은 볼거리. 혜진이는 바이올린을 켜며 가족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막내 채영이는 밸리댄스를 귀엽고 앙증맞게 춰 가족들을 즐겁게 해준다.
주말에는 어디론가 떠난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많이 보여주자!'는 소신을 갖고 있는 이 씨는 요즘 백제의 역사를 알기 위해 부여, 공주를 찾는 등 전국을 찾아 다닌다.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속리산, 안면도 갯벌 체험을 다녀왔다.
◆보드카페 이용 대학생들
28일 오후 동성로 '할리갈리' 보드카페에서 만난 계명대 의예과 1학년생 6명은 신이 났다. '정글 스피드(Jungle Speed)'라는 게임에 푹 빠져든 것이다. 10여가지 다양한 모양의 총 80장 카드를 나눠가진 뒤 두 사람에 펼쳐진 카드가 같은 모양이 나왔을 때 가운데 놓여진 봉을 잽싸게 잡으면 자신의 카드를 상대에게 버릴 수 있다. 가장 먼저 카드를 없앤 사람이 우승. '뿅망치'로 모두에게 한 방을 날릴 수 있다.
이날 2학기 개학과 함께 뭉친 이들은 1달에 2,3번 보드카페를 찾아 서로 마주보고 게임을 즐기며 한바탕 웃고나면 공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고 했다.
정글 스피드 승자 김경태(19) 씨는 "머리 회전과 순발력을 기르는 데도 적잖이 도움이 된다."며 "많이 웃고 나면 친구들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아영(19.여) 씨도 "이곳에 오면 탁트인 공간이라 답답하지도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놀 수 있어 더 좋다."고 맞장구쳤다.
보드카페에는 연인, 가족들끼리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적잖다. '할리갈리' 게임가이드 심환섭(20) 씨는 "게임 종류가 100가지가 넘기 때문에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천해 줄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즐기는 건전한 놀이문화가 한국에도 빨리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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