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서-매미, 사람에게 고함

입력 2006-09-02 07:28:27

언제나 뜨거운 여름을 여러분과 함께 보내는 매미라는 족속입니다. 여름도 내 노래도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날개 밑으로 소리 없이 스며드는 서늘한 바람이 떠날 길을 재촉합니다. 노래는 울음이 될 뻔 합니다.

지상으로 처음 나오던 날을 기억합니다. 보석처럼 부서지는 햇살, 우주의 향기를 담은 맑은 바람, 저는 분명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에 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당황했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놀랐습니다. 행복함에 고마움에 겨운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왠지 모를 분노와 짜증, 주체할 수 없는 집착과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햇살, 향기, 바람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요?

가장 친한 친구 미루나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를 얻으면 두 개를 원하고, 산을 오르면 하늘을 날고 싶어해. 그래서 본질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동물이야" "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길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인데 그럴 리가 없어"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옆에 잠자코 있던 하루살이가 참견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에너지라고 하던데, 역사 발전의 동력이라나 뭐라나 " 나는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열등한 곤충이라서 그렇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에겐 약간의 시간이 더 있을 뿐 오늘 저녁이면 떠나야 하는 하루살이나, 주말이면 떠나야 하는 저나 그 뒤에는 똑같은 흙으로 먼지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요

미루나무가 500년을 묵었다고 5살짜리 어린이 보다 더 진화한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1만년 축적된 기술로 첨단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고 역사가 발전한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지금의 그 얼굴이라면 저희 매미 족속보다 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우주선은 고사하고 신발하나 만들지 못하지만 충분히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희 매미는 이 햇살, 향기, 바람을 단 1주일만 누릴 수 있습니다. 7년을 어둡고 칙칙한 땅속에서 기다린 결과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700년보다 더 소중한지도 모릅니다. 시간의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1주일이 아니라 단 1시간이라도 넘치는 행복으로 우주적 생명으로 하나 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하는 겁니다. 여름도, 햇살도, 바람의 향기도, 우리의 일주일도 모두 노래합니다. 울음이 아닙니다. 부디 진정한 만물의 영장으로 우주적 모범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럼

매미족속드림

황보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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