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비타민] ⑤이혼숙려제도

입력 2006-09-01 10: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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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40) 씨. 맞벌이 부부인 그는 지난 해 부인과 합의 하에 이혼을 결심하고 서울가정법원을 찾았다가 결국 이혼을 포기했다. 법원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보고 다시 오라'며 이들 부부를 되돌려 보냈기 때문. 이들은 며칠을 더 고민한 끝에 몇 달간 별거를 하기로 하고 이혼을 보류했으며 이후 다시 결합해 원만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김 씨는 "그 때 바로 법원의 이혼 결정이 내려졌다면 어찌됐을까 하고 생각할 때마다 아찔하다."며 "많은 고민을 할수록 가정을 지켜야 하겠다는 결심이 생겨나더라."고 경험담을 말했다.

김 씨가 이혼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법원이 도입한 '이혼숙려(熟慮)기간제' 덕분이다. 2005년 3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시범 실시된 이후 지난 달부터 각 지방법원들이 앞다퉈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도 성급한 이혼을 방지하고 이혼으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 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숙려기간 및 상담제도'를 4일부터 실시키로 했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법원을 찾아오면 고민하는 시기를 줘서 이혼율을 낮춰 가정을 지켜보자는 취지.

협의이혼의 경우 관할 법원에서 부부가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받은 뒤, 그 확인서를 첨부해 관할 호적관서에 신고를 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통상 오전에 접수한 사건은 당일 오후에, 오후에 접수한 사건은 그 다음날 오전에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 된다.

이 때문에 간이성과 신속성으로 당사자들이 충분한 고민 없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 문제, 재산분할문제 등에서 상당한 사회 문제를 야기해 왔다.

이에 따라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은 당사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3주간 이혼을 재고하도록 하는 협의이혼전 '숙려기간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비롯한 법원이 안내하는 기관.단체에서 이혼상담을 한 뒤 협의이혼 상담확인서를 제출하면 이 기간을 거치지 않고 확인서를 제출한 당일 또는 다음날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받을 수 있다.

또 배우자의 폭행으로 쉼터 등에 피신하고 있는 경우나 이혼소송이 진행중인 경우, 협의이혼 의사확인뒤 국외로 영구적으로 출국할 경우, 즉시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해야할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구지법은 일단 가정지원에서 숙려기간제를 실시해 본 뒤 경북도내 7개 지원으로 확대실시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황영목 대구지법원장은 "이혼을 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고민을 하도록 함으로써 가능한 한 결손가정 발생을 막아 보자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취지"라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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