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횡단보도 없애" 보행자 불편

입력 2006-09-01 09:08:58

지난 달 31일 오후 달서구 두류네거리의 한 모퉁이. 최태원(72·서구 내당동) 할아버지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건너고 있었다. 지난 달 2일, 이 곳에 있던 횡단보도가 없어진 탓이다.

"지하도를 이용하라는데 무릎이 아파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늙은이들은 할 수 없이 무단횡단을 해야해. 어쩌다 경찰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최 할아버지는 거리로 나오기가 겁난다고 했다.

대구시가 '툭하면' 횡단보도를 없애고 있다. 중구 반월당 횡단보도를 없앤데 이어 두류네거리 횡단보도까지 사라지게 만든 것.

대구시는 두류네거리에 있던 3방향(서, 남, 북편) 횡단보도를 지난 달 2일부터 없애면서 각 방향 교통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 네 방향 모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도로 내려간 뒤 길을 건너도록 했다.

보행자들은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계단 수십개를 오르내려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31일 오후에 만난 권오진(68·달서구 성당동) 할아버지는 계단으로 내려가기 전 숨고르기에 한창이었다. 계단을 내려보던 권씨는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들도 자동차 진행방향을 살피며 무단횡단에 나서고 있다. 아찔한 순간들이 이어지지만 대구시는 지난 해 5월 시민단체로 구성된 '보행권 회복을 위한 시민 네트워크'와 협의가 끝났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중구 메트로프라자 끝자락에 있는 옛 유신학원 앞 신호등도 올해 안에 없애려는 방침도 갖고 있으며 반월당 횡단보도도 폐쇄, 보행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복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두류네거리 부근 상가에서 일하는 김해옥(52) 씨는 "횡단보도 폐쇄 이후 무단횡단은 비일비재하다."면서 "인근 주민들도 모른 채 슬그머니 없애는 것은 말이 안되며, 엘리베이터 같은 기계에 둔감한 노인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발끈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해 지하철 2호선 구간에 있는 126개 횡단보도를 모두 없애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었지만 시민들의 반발로 폐쇄 규모를 축소, 반월당네거리와 두류네거리 주변 횡단보도를 없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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