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노트)웃는 전남, 우는 포항

입력 2006-09-01 09:28:46

포항시민들은 31일 두 가지 장면을 지켜봤다. 하나는 포스코가 이날 전남 해룡산업단지 내에서 차세대 성장산업의 하나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연간 3천t 규모의 마그네슘 판재공장 착공식을 가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이 이날로 두 달을 넘긴 것이었다.

착공식에는 윤석만 사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직원들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노관규 순천시장, 서갑원 국회의원,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 본부장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고, 반면 이날 포항은 생활비를 걱정하는 노조원들과 경영위기에 내몰린 사용자측이 모두 '피눈물'을 곱씹어야 했다.

더욱이 포스코 마그네슘 판재공장은 포항에 있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연속주조설비(Strip-Casting)에서 압연설비까지 일괄 생산라인을 구축해 개발한 차세대 첨단 철강재가 아닌가. 전남과 경쟁을 벌인 포항으로서는 속이 더 아린 하루였고, 착공식은 애써 외면하고픈 장면이었다.

포스코는 앞으로 해룡산업단지를 산학연이 집적된 세계적인 마그네슘 단지로 육성하고, 내년 7월 공장이 본격 가동하게 되면 이 단지 내에 합금, 판재 가공, 표면처리, 리사이클링 등 마그네슘 관련 전후방 연관산업체가 들어서도록 하겠다고 한다. 포항시와 지역 인사들은 처음부터 대책만 잘 세웠으면 이 사업이 포항쪽에 왔을 것이라며 요즘 뒤늦게 통탄하고 있다.

주초엔 인구 50만명 선을 지키자며 시민단체가 시민운동에 나설 만큼 오늘의 포항은 절박하다. 포스코의 니켈공장에다 마그네슘 공장까지 모두 전남에 내준 포항. 포스코의 신규사업도 포항에 유치하지 못하면서 대기업을 찾아가 포항와서 사업 좀 해달라면 설득력이 있을까? 점점 초라해 지고 있는 포항의 현실을 보면서 기업은 냉정하다는 사실을 시민 모두가 한번쯤 되돌아 보았으면 하는 하루였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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