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한컴산 회장 체포…영등위 로비 의혹 등 수사

입력 2006-08-30 10:56:03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30일 사행성 게임기구 '황금성' 제조업체로부터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게임기 150여대를 받은 혐의로 김민석(41)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 회장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전날 밤 11시께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수사관들을 김씨의 자택에 보내 노트북 컴퓨터와 USB 저장 장치, 휴대전화, 예금통장 등 관련 물품을 확보하면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황금성' 제작업체로부터 영등위 심의위원들에게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게임기 150여대(13억여원 상당)를 넘겨 받아 대구에서 게임장을 차명으로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36층인 자택에서 USB 저장 장치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고, 예금통장과 회계장부를 찢는 등 일부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30일 오전 한컴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파손된 장치와 컴퓨터 파일을 복구 중이다.

2003년 한컴산 회장으로 선출된 뒤 김씨는 상품권 인증제 도입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황금성' 제작업체인 현대코리아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황금성'은 지난해 3월 24일 영등위 심의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1대에 880만원씩을 받고 1만 5천여대를 전국 게임장에 팔았다.

현대코리아 대표 이모(47·구속)씨는 올 2월 게임기 '극락조'가 영등위 소위에서 '이용불가' 결정이 내려지자 일부 직원들과 영등위 심의실에 몰려가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협박했다.

검찰은 이르면 31일 오후 김씨에게 알선수재와 사행행위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만간 당시 영등위 심의위원들을 불러 김씨가 실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상품권 업체 안다미로의 김용환 대표가 후발업체를 밀어내기 위해 문화관광부 등 관련 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인증제 도입을 구상했고 한컴산이 이를 측면에서 지원했다는 주장도 있어 김씨와 김용환씨의 관계를 놓고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씨는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권한을 갖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입안한 상품권 폐지법안 폐기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단체의 전직 고위 임원은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업체마다 수억원을 갹출해 20억원 안팎의 로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올 초 서울동부지검에서 이뤄진 상품권 수사의 대상이 됐다.

검찰은 김용환씨에 대한 경찰 내사 기록을 넘겨 받아 김씨가 문화부 국장급 간부를 상대로 1억여원의 금품 로비를 하고 100여개의 차명 통장으로 거액의 뭉칫돈을 관리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등위와 상품권 업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겹치는 부분도 있다"며 수사가 양쪽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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