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경쟁력이다] 국어과 수업 실제-창작시 쓰기

입력 2006-08-29 07:34:44

학교 국어 수업 시간을 통해 창의성을 기른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창의성이라고 하는 '그 무엇인가'가 워낙 복합적이지 않은가. 지능인지, 기능인지, 태도인지 오리무중 실체가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 더욱 매력적 능력인 창의성을 지리산의 수많은 산자락에 비유해 보면 어떨까? 그 산자락들을 일일이 돌아보지 않고 노고단에 올라갔다 오더라도 우리는 지리산을 보고 왔노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업을 통해 창의성의 어느 한 자락이라도 잡아보게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고 싶어 지난 3월말 경대사대부중 3학년 교실(담당 교사 안기주)에서는 '창작시' 쓰기 수업(3학년 1학기 '국어' 1과 시의 표현 단원)이 이루어졌는데 창의성 수업의 '적절한 보기'가 될 수 있을 듯하여 소개한다.

먼저 그 날 학생이 수업 과정을 통해 완결한 시 작품 한 편을 소개한다.

유채꽃이 가로막은 바다

박현진(경대사대부중 3학년)

하늘 너머까지 펼쳐진 생명의 대지를

금방이라도 한 발 내닫아 뛰고픈데

조그만 수다쟁이 유채꽃 소곤거림이

자꾸자꾸 말 걸어와 나는 그만 뛸 수가 없다.

말 걸지 마라. 나는 저 너머까지 달리고프다.

그래도 샛노란 병아리떼처럼

유채꽃은 제 할 말 다 한다.

중학생이 45분간의 국어 수업 시간 안에 쓴 시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한 시다. 놀랍다. 이러한 시를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 간 과정들이 다소 복잡하기는 하다. 그러나 자동차도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엄청나게 복잡해 보이지만 매일 매일 운전하다 보면 단순해지는 것처럼 시 쓰기도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도전 의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너무 만만히 보아서도 안 되지만 접근 불가 지역처럼 여겨서도 안 된다. 창의적 인물들의 특징인 도전 의식, 아자! 한 번 따라해 보자. 창작시를 쓰기 위해 학생들이 거쳐 간 과정은 모두 여섯 가지이다. 이제 여러분도 천천히 이 과정을 따라 시를 써보자.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는 언어의 씨앗을 틔워보자.

①사진을 보며 어울리는 소재 나열하기(브레인라이팅)

시를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단계. 어떤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과 관련된 생각들을 떠올린다. 사진 안에 있는 소재뿐만 아니라 사진 밖의 소재들도 상상하면서(상상력) 다양한 생각들(융통성)을 떠 올린다. 떠올린 생각은 많을수록 좋다(유창성). 최소 60~100개 정도의 생각들을 학습지에 나열한다.

②소재들을 의인화하기(시네틱스 : 유추)

①에서 나열한 생각 중에서 자신이 시로 쓰고 싶은 소재를 골라내어 내가 그 소재가 되어 보는 단계(독창성), 다음과 같은 물음을 계속 던져서(유창성, 융통성) 다양한 각도에서 풍부하게 상상해 본다(상상력).

-사진 속 ○○와 ○○는 어떤 관계일까?

-사진 속 ○○라면 ○○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사진 속 ○○는 어떤 처지에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사진 속 ○○라면 무엇을 소망할까?

-사진 속 ○○라면 무엇이 속상할까?

그런 다음 유추한 생각을 붙임종이에 써서 사진의 해당부분에 하나씩 붙여 나간다.(사진-국어3)

③다양한 표현법과 심상을 활용하여 표현하기(마인드맵)

이제 떠오른 생각에 멋진 포장을 해 보는 단계. 선택한 사진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다양한 표현법(비유하기, 강조하기, 변화주기)을 활용하여 표현해 본다. 마음속에서 어떤 표현법으로 할 것인지(독창성, 정교성) 계속 자기 자신에게 물어 본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택한 사진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다양한 심상(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이 느껴지도록 표현해 본다. (사진-국어4)

④개요 짜기(생각 짜임표)

본격적으로 시를 쓰는 바로 앞 단계. 앞에서 정리한 내용을 기초로 생각과 느낌이 잘 드러나도록 시를 쓰기 위한 전체 계획을 세운다. 각 연에 담을 중심 생각을 써 보고, 제목을 붙인다.

⑤시 쓰기 및 고쳐쓰기(정교성, 독창성)

⑥시화 그리기

사진을 보고 시를 썼지만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하여 시의 배경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사진과 그 느낌을 비교해 본다. (사진-국어5)

이렇게 시를 쓰는 것은 시인들이 시를 창작해 내는 과정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등산가들처럼 등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산에 올라가는 즐거움을 모른다 할 수 있겠는가. 수업을 마치고 창작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에 모두가 동참하여 잠시 수다를 떨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이고, 자기 스스로 자기 작품을 평가하는 시간도 마련해 보고, 교사의 날카로운 비판도 한두 줄 정도 얹어 작품집에 넣어 주면 금상첨화. '창의'의 펄럭이는 치마 한 자락 잡아 본 젊고 싱싱한 시인들이 동네마다 학교마다 넘쳐 살맛나는 삶의 자리를 만들어 가리라 기대하며 좋은 수업을 보여준 사대부중 3학년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최진아(사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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